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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노동계 ‘거제 강제동원노동자상’ 설치 강행

기사입력 : 2024-06-30 11:06:44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거제지부
시 반대에도 장승포 거제문예회관
평화의소녀상 옆에 표지석 등 옮겨
시“법률적 검토 통해 대응할 것”


강제동원노동자상 건립을 두고 거제시와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가 1년 가까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28일 노동계가 노동자상 건립을 강행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와 거제지부는 장승포 거제문화예술회관 평화의 소녀상 옆에 강제동원노동자상을 설치했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거제시 장승포 거제문화예술회관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거제시 장승포 거제문화예술회관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거제 강제동원노동자상 건립 부·울·경 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미리 준비한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트럭에 실린 표지석과 노동자상을 차례로 ‘평화의 소녀상’ 옆으로 옮겨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본 제국주의에 고통받은 역사를 기억하고 대일 역사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실어 보내던 거제 장승포항 부근에 노동자들의 힘으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웠다”며 “해괴한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 노동자상 건립을 불허해 온 거제시의 친일반민족 결정을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상 표지판에는 ‘일제는 장승포항을 통해 노동자들을 일본, 중국, 남태평양 등으로 강제징용했다. 우리는 강제징용으로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는 고통스런 삶을 겪어야만 했던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 우리는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고 다시는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거제시민의 뜻을 모아 이곳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운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지난 28일 오후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거제시 장승포 문화예술회관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거제시 장승포 문화예술회관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하고 있다.
거제문화예술회관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된 거제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거제문화예술회관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된 거제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이에 대해 거제시는 노동자상 건립 강행에 “법률적 검토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자상이 설치된 거제문화예술회관 부지는 거제시 소유로, 공공조형물 건립은 ‘거제시 공공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야 한다.

앞서 강제동원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는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건립하는 안건을 2차례 제출했으나, 시는 법적 근거 부재 및 시민 반대 등을 이유로 모두 부결했다. 이에 거제건립추진위가 크게 반발하면서 이미 제작된 노동자상이 실린 트럭을 거제시청 주차장에 세워두고 정문 앞에서 매일 규탄집회를 이어 왔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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