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적도’ 아직도 일제시대
100년 전 토지조사사업 이후 전 국토측량 안해
한반도 위치 실제보다 동쪽으로 464m 어긋나
도내 지적 불부합지 58만3000필지 ‘분쟁 불씨’
기사입력 : 2011-05-23 01:00:00

지난해 12월 개통된 거가대교 공사 때 교량과 침매터널 시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측량의 기준이 되는 높이(해발고도)를 미리 관측해 기재해 놓은 표석인 국가수준점이 거제도와 진해 간 37㎝나 차이났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과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토지개발사업의 경우 양 지역간 2.5km에 걸쳐 20~40cm가 중복돼 60억원에 달하는 중복보상이 이뤄졌고, 사업은 지연됐다.
이런 사례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국 필지(하나의 지번이 붙는 토지등록 단위)의 14.8%(2009년 말 기준)가 이처럼 지적도면과 실제 땅이 일치하지 않는 ‘지적 불부합지’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경남의 지적 불부합지는 461만8491필지 중 58만3079필지(12.6%)로 파악되고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3억309만4000㎡에 달한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전국 3710만8000필지 중 553만6000필지가 지적 불부합지다. 불부합지는 2002년 3.9%에서 2007년 13.8%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측량을 하면 할수록 불부합지는 계속 는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지적불부합지로 인해 땅의 경계를 놓고 개인 간의 분쟁이 발생해, 경계확인을 위한 측량 비용만 연간 77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모두 개인이 부담하는 돈이다. 공법학회 등 조사에 따르면 소송 등 토지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연간 3800억원에 달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현재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지적도가 100년 전인 1910년 일제가 시행한 토지조사사업 때 작성한 종이 지적도이기 때문이다.
일제가 행한 토지조사사업(1910~1918)과 임야조사사업(1916~1924)을 통해 전 국토에 대한 지적도가 작성됐다.
일제는 토지조사사업 당시 일본 도쿄를 원점으로 지적도를 작성했다. 국토해양부와 대한지적공사가 공동으로 울릉도를 측정한 결과 현재 국제 표준인 세계측지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토가 동쪽으로 464m 어긋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한국전쟁 때 기존 측량기준점의 80%가 소실됐지만, 잘못된 복구 등으로 인해 불부합지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지적도면 전산화사업을 완료했지만, 잘못된 지적도를 전산파일로 옮겨놓은 수준으로 미봉책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 1994년부터 창원의 2개 동을 대상으로 ‘지적 재조사 실험사업’을 추진했고, 이듬해 지적재조사사업추진 기본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과 최소 10년 이상 사업기간 때문에 번번이 뒤로 밀려났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안을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경상대학교 도시공학과 유환희 교수는 “사회적 갈등조정, 지적행정 효율화 등 총 10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지적재조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차상호기자 cha83@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