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겨울가뭄… 말라죽는 작물 속타는 농민
도내 양파·마늘 재배농가 가보니
창원지역 양파 뿌리 못내려 고사
전체 30만㎡ 중 9만㎡ 피해 발생
경남지역에 50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마늘과 양파 등 월동작물이 말라 타들어가면서 농민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창원 양파 재배 농가 가보니= “역대 최악의 겨울 가뭄입니다. 작년 여름에는 폭우로 고생했는데 이번엔 가뭄이….” 이맘때면 농민들은 양파밭에 물과 약을 주며 바쁠 시기다. 하지만 농부들은 힘없이 말라버린 양파 잎만 보고 있었다. 23일 창원에서 양파 재배지로 유명한 마산합포구 진전면 일대 농민들은 역대 최악의 가뭄에 울상이다. 진전면 양파 재배 농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대 양파밭 30만㎡ 가운데 9만㎡가량에서 고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양파 농사를 짓는 조성래(53)씨는 직접 말라비틀어진 양파 잎을 보여주며 “양파는 가을이나 초겨울에 파종해 싹이 난 채 겨울을 보내는 작물이라 겨울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가뭄이 계속되고 추위가 심해지면서 토양이 얼어 양파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고사했다”고 설명했다.

겨울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창원시 합포구 진전면의 한 들녘에 심겨진 양파가 말라죽어 있다./김승권 기자/
그의 말처럼 9~11월 가을철 가뭄 시작 전에 심은 양파들은 뿌리가 내려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11월 중순 이후 심은 양파들은 대부분 잎이 말라 있었다. 물을 끌어다 주는 것도 여의치 않다. 그는 “지금 물을 주면 땅이 얼어 오히려 다 썩게 되고, 관수시설을 사용하면 비용 부담도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씨는 또 “농업기술센터는 기온이 올라 땅이 얼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3월 15일까지 기다렸다가 그때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관수 중 물 조절을 잘못하면 양파 전부가 썩을 수 있어 걱정이다. 비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고 말했다.
이날 진전면에서 양파 농사를 제일 크게 하고 있다는 허인도(47)씨의 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허씨는 “가뭄이 계속되면 밭을 갈아엎을 생각이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는데 피해가 커 상실감이 크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 인건비가 30%나 올라 일손을 구하기도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늦게 심게 됐는데 이번엔 가뭄과 추위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창녕·남해·함양·합천 ‘비상’= 전국 최대 마늘 생산지인 창녕을 비롯해 마늘·양파를 재배하는 합천 등 다른 시·군 월동작물 재배 농가도 작물의 생육 부진 우려가 높다. 한창 작물이 활발하게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비가 오지 않아 바짝 말라가면서 이례적으로 저수지와 양수장 시설을 통해 용수를 제공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경남도에 따르면, 각 시·군과 한국농어촌공사에선 창원과 함양 양파농가를 비롯해 창녕·남해 마늘농가, 합천 양파·마늘농가 등 도내 756만㎡ 상당 재배면적에 용수가 공급됐다. 이외 용수 공급이 필요한 농가가 많지만 지역에 따라 저수지의 차가운 물을 공급하면 작물이 얼거나 생육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곳도 있다.
흔히 월동작물은 한 달에 한두 차례라도 비가 오면 생육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별도 용수공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번 처럼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월동작물에 대한 급수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강수량 1973년 이후 역대 최저= 부산지방기상청과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경·부·울 강수량은 0.1㎜(30년 평균 29.6㎜)로 1973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남은 전남·경북과 함께 누적강수량이 타 지역들보다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달 21일까지 올해 도내 누적강수량이 0.3㎜로 평년 56.5㎜ 대비 0.5%에 불과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하다. 같은 기간 전국 누적강수량은 4.9㎜로 평년 48.4㎜ 대비 10.1% 수준이었다.
농어촌공사는 상황을 지켜본 뒤 기존 벼농사를 위한 용수 공급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추가 공급할 수 있는 여유분은 월동작물에 대해 선제적으로 급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도내 653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77%로 평년 73.1% 대비 담수량은 다행히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한편 도는 각 시·군 농민들의 가뭄 피해 대비를 위해 양수장·양수기 사용 비용과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 지원, 관정 개발 사업 지원 등 예산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김재경 기자·박준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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