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만 깔면 해외번호가 뚝딱… 신종 수법 활개

‘해외 발신번호 조작’ 직접 해보니

기사입력 : 2023-11-02 20:13:37

앱서 10여 국가 번호 선택 결제 가능
전화 걸자 국제전화로 안내돼
“실제 범행에 악용, 제도 보완해야”


해외에서 전화한 것처럼 발신번호를 바꿔 전화나 문자가 가능할까? 취재진은 단 몇 분 만에 어렵지 않게 국외에 있는 것처럼 해외번호를 만들어 사람들과 통화할 수 있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휴대전화에 해외 국가명과 함께 국제전화로 안내됐으며, 실제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인 것으로 믿었다.

기자가 직접 걸어본 국제전화. 앱을 다운받아 해외번호를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기자가 직접 걸어본 국제전화. 앱을 다운받아 해외번호를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최근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연애 빙자 신용 사기)’ 범죄 등에 해외번호를 만드는 앱 등을 악용해 이같이 해외에 있는 것처럼 사람을 속이는 등 신종 수법이 등장해 경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의 대책 마련이 촉구된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등이 전화번호를 조작할 때 ‘변작기’라는 장비를 썼지만, 앱을 악용한 수법의 경우 장비나 시간, 장소 등에 구애받지도 않는 것이다.

2일 본지 취재진은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는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단순히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넣고 회원 가입에 성공, 앱에 로그인했다. 앱에서 나만의 첫 해외번호를 만들라는 안내를 따르자,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10여개 국가 번호 선택이 가능했다.

국가별로 ‘voice(목소리), SMS(문자), MMS(멀티미디어 메시지)’ 별로 사용 가능한 기능이 달랐다. 기자는 캐나다 퀘벡의 전화번호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기자가 받은 앱의 경우 해외번호를 만드는 데 1300원이 결제됐지만 10크레딧이 제공돼 1크레딧당 1분씩 10분간 무료 통화가 가능했다.

다만 문자의 경우 추가 크레딧을 구매해야 발송할 수 있었다. 기자가 만든 번호는 ‘+1 579-XXX-XXXX’ 식으로 실제 캐나다 퀘벡의 지역번호와 같았다. 이 외 각국 번호를 구매하는 데 한 주에 7500원, 한 달에 1만1000원, 석 달에 2만원 등이었다. 도내 한 경찰관은 “사건 수사에서 실제 범행에 악용되는 등 신종 수법으로 파악됐으며, 관계 부처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재경·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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