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만 깔면 해외번호가 뚝딱… 신종 수법 활개
‘해외 발신번호 조작’ 직접 해보니
앱서 10여 국가 번호 선택 결제 가능
전화 걸자 국제전화로 안내돼
“실제 범행에 악용, 제도 보완해야”
해외에서 전화한 것처럼 발신번호를 바꿔 전화나 문자가 가능할까? 취재진은 단 몇 분 만에 어렵지 않게 국외에 있는 것처럼 해외번호를 만들어 사람들과 통화할 수 있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휴대전화에 해외 국가명과 함께 국제전화로 안내됐으며, 실제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인 것으로 믿었다.

기자가 직접 걸어본 국제전화. 앱을 다운받아 해외번호를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최근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연애 빙자 신용 사기)’ 범죄 등에 해외번호를 만드는 앱 등을 악용해 이같이 해외에 있는 것처럼 사람을 속이는 등 신종 수법이 등장해 경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의 대책 마련이 촉구된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등이 전화번호를 조작할 때 ‘변작기’라는 장비를 썼지만, 앱을 악용한 수법의 경우 장비나 시간, 장소 등에 구애받지도 않는 것이다.
2일 본지 취재진은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는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단순히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넣고 회원 가입에 성공, 앱에 로그인했다. 앱에서 나만의 첫 해외번호를 만들라는 안내를 따르자,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10여개 국가 번호 선택이 가능했다.
국가별로 ‘voice(목소리), SMS(문자), MMS(멀티미디어 메시지)’ 별로 사용 가능한 기능이 달랐다. 기자는 캐나다 퀘벡의 전화번호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기자가 받은 앱의 경우 해외번호를 만드는 데 1300원이 결제됐지만 10크레딧이 제공돼 1크레딧당 1분씩 10분간 무료 통화가 가능했다.
다만 문자의 경우 추가 크레딧을 구매해야 발송할 수 있었다. 기자가 만든 번호는 ‘+1 579-XXX-XXXX’ 식으로 실제 캐나다 퀘벡의 지역번호와 같았다. 이 외 각국 번호를 구매하는 데 한 주에 7500원, 한 달에 1만1000원, 석 달에 2만원 등이었다. 도내 한 경찰관은 “사건 수사에서 실제 범행에 악용되는 등 신종 수법으로 파악됐으며, 관계 부처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재경·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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