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짜증과 불안감] 바닥난 체력의 경고

기사입력 : 2025-03-17 08:08:04

신체활동 균형 맞추려면 ‘감정조절’ 가장 중요
과로 등 힘 떨어지면 뇌 기능 제대로 작동 못해
갑작스런 가슴 두근거림·불안·짜증·우울 표출
혈관 수축하며 심뇌혈관·간 질환 등 악화 위험
평상시와 다른 감정 변화 지속 땐 원인 찾아야


사람은 살면서 먹고 신체활동을 함으로써 대사와 근력을 통해 힘을 만들어내고, 이를 이용해 온몸의 장기가 해야 할 일을 하며 생존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특별한 스트레스 상황이 아닐 때는 먹고 움직이는 힘의 균형이 적절히 맞으면 감정적으로 편안한 상태로 생활하게 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면 순간적으로 혈관이 조이면서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힘을 많이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영양, 운동, 감정조절 중에 힘의 균형을 맞추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이라고 강조한다.


◇산화스트레스·염증= 호흡과 신체활동을 하며 사는 한 인체에는 끊임없이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이 생긴다. 이때 심폐체력, 즉 힘을 통해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내 혈액에 있는 염증을 제거하는 세포와 화학물질들이 끊임없이 일을 해 암을 예방하고 혈관건강을 유지한다. 나이가 들거나 생활습관의 문제로 힘의 균형이 깨져 이러한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 암이나 혈관질환이 생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아래의 환자처럼 힘의 균형이 떨어져 문제가 있을 듯한 직감이 든 직후에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특정 장기를 수술하거나 항암치료 등을 하지 않더라도 진료 시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67세 여성이 2019년부터 B형간염으로 인한 간병변을 치료하고 체중감량을 위해 진료실을 방문했다. 환자는 1998년부터 B형간염 보균 상태로 소화기 진료를 받고 있었고, 2014년부터는 간경화로 진행돼 항바이러스제제로 치료 중이었다. 166㎝, 76㎏, 체질량지수 27.6㎏/㎡, 체지방률 38%로 비만했고, 비약물적인 체중감량을 원하는 상태였다. 현재는 열량 섭취가 1600~1800㎉ 정도로 키와 체중에 비해 많지 않아, 음식 섭취를 100~200㎉정도 늘리자고 권하면서 체중의 큰 변동이 없는 상태로 지내던 중, 2018년부터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감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혈압이 조금씩 올라가 맥박을 늦추는 혈압약을 처방하기 시작했다. 환자는 최근 2년간 3.8㎏가량 체중감소가 있었고, 근육과 지방이 비슷한 정도로 감소하곤 했는데, 2022년 2월 방문시 갑자기 근육량이 0.6㎏ 늘고, 체지방량이 1.1㎏ 감소하고 부종이 증가했다. 이 환자와 같이 체중조절을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슷한 체중에 근육이 늘고, 체지방량이 감소하는 경우는 65세 이상 여성에서는 드문 현상이다.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가 신호= 환자를 보다 보면 신체활동이 많거나 과로하는 상황에서 힘이 떨어져 균형이 잘 맞지 않는 경우 가슴 두근거리는 증상이나 불안감, 짜증, 우울감이 잘 생기곤 한다. 이러한 변화가 생기면 고혈압과 간질환이 악화될 위험이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설명드리고 환자에게 식사를 제대로 안 하는 부분을 말씀드렸다. 그런데 평상시 온화한 성격이었던 환자가, 최근 부모님 두 분이 모두 편찮으셔서 계속 병원을 방문하고 케어를 해드려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갑자기 짜증을 내셨다. 3년간 환자를 진료해왔던 터라 환자의 갑작스러운 감정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로부터 1개월 후 환자는 간암 진단과 함께 입원해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에너지원을 충분히 공급하라= 이렇게 우리 몸은 힘이 떨어지면, 감정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짜증이나 심한 불안감을 그대로 표출하게 된다. 모든 질병은 힘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되며, 우리가 말하는 생활습관 중 감정, 운동, 영양의 순으로 힘을 유지하는 데 작동한다. 감정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혈관 수축과 함께 빠른 속도로 힘에 영향을 미치고, 영양은 먹고 소화되어 에너지를 발생시켜야 힘을 만들어내므로, 가장 후순위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과 같이 의료대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암이나 심뇌혈관질환 등 상급병원 진료가 꼭 필요한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평상시와 달리 가슴 두근거림이나 짜증, 불안, 우울감 등 감정 변화가 지속될 때는 힘의 균형이 깨어진 것을 의미하므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알아보자. 단 한 사람이라도 큰 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환자, 의사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진료실 경험을 공유한다.

글=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2025년 건강소식 3월호에서 발췌

(자료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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