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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53) 제22화 거상의 나라 ⑬

“어디서 오셨습니까?”

기사입력 : 2018-01-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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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사맨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

중국인들은 항상 관시(關係)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관시를 맺을 수는 없다.

‘중국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시를 맺어야 돼.’

단순하게 명함을 주고받고 악수를 나누는 것이 관시를 맺는 일이 아니다. 남자는 술을 같이 마셔야 하고 여자는 밥을 같이 먹어야 한다.

김진호는 여객선에서 식사를 할 때 상인들로 보이는 중국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한국에 오면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은 무슨 일로 갔다가 옵니까?”

연길에서 왔다는 손칠성이라는 사람에게 물었다. 그는 조선족으로 30대 후반으로 보였다.

“장뇌삼을 팔려고 갔는데 헛고생만 했습니다.”

손칠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칠성은 키가 작고 곱슬머리였다.

“왜요?”

“한국은 인삼 재배가 성행하여 장뇌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국 농산물은 한국에서 잘 팔리지 않고 싸구려 제품으로 취급받는다. 한국은 유기농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바람에 미국산 소고기도 잘 팔리지 않는다.

장뇌삼이 잘 팔릴 까닭이 없다. 무엇보다도 중국 제품은 가짜라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장뇌삼이 얼마나 있습니까?”

“길림성에 수만 뿌리는 있을 겁니다.”

장뇌삼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은 모양이다. 한국은 중국의 농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장뇌삼을 사다가 팔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는 인삼이 차고 넘치고 홍삼도 적지 않다. 식사를 마치고 갑판으로 나오자 한 여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40대로 보이는 뚱뚱한 여자였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김진호가 인사를 건넸다.

“하얼빈에서 왔어요.”

여자가 생긋 웃었다. 목소리가 시원시원했다.

“장사 때문에 오셨습니까?”

“네. 옷장사를 하고 있어요.”

“얼마치나 사갑니까?”

“200만원어치요.”

“보따리 하나뿐인데요?”

“박스 세 개는 부쳤어요.”

김진호는 여자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원심매였다. 김진호는 원심매에게 자신이 무역업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심매는 하얼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얼빈에 가면 가게에 한번 들러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오세요.”

원심매가 활짝 웃었다.

“한국에 오면 내가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