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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5월 어린이문예상> 산문 저학년 우수- 할아버지의 침대

한다은(김해 진영금병초 3-5)

기사입력 : 2018-05-25 07:00:00


외할머니 댁에는 비어 있는 침대가 하나 있다. 그 침대는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사용하던 것이다.

동생과 내가 놀러 가면 할아버지께서는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계시다가 “아이구! 우리 강아지들 왔구나.” 하시며 동생과 나를 안아 주셨다. 그리고 슈퍼에 데리고 가셔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은 모두 사 주셨다.

할아버지와 함께 침대에서 엄마 몰래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먹으며 즐거워하고,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서 도망간 곳도, 버릇없이 굴고 떼 쓴다고 엄마한테 혼이 날 때에도 할아버지께서 계신 침대에 가면 다 해결되었다.

나의 피난처였던 할아버지의 침대가 주인을 잃었다. 이제 할아버지 댁에 가면 할머니가 대신 반겨 주신다.

“우리 다은이, 유은이 왔구나! 많이 보고 싶었어.”

나는 곧바로 할아버지의 침대는 잘 있는지 얼른 방문을 열어본다. 여전히 할아버지의 침대에서는 할아버지의 냄새가 난다.

할머니는 밤이 되면 할아버지 방에 불을 켜 놓으신다.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가 집을 못 찾아오실 것 같아서 켜놓으신다고 하셨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할머니도 나처럼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것 같다.

할아버지 침대에 누우면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일들이 더 잘 떠오른다.

할아버지께서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며 한글 쓰기, 더하기 빼기, 한자 쓰기 책뿐만 아니라 동화책이나 만화책들도 사주셨다.

이렇게 할아버지 생각을 하고 있으면 사진 속의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웃고 계신 것 같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마다 이제 나는 침대를 보아야 해서 슬프지만, 그래도 나는 할아버지의 침대가 좋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