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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5월 어린이문예상> 산문 고학년 우수- 언제쯤 만나게 될까

조현민(창원 명곡초 6-3)

기사입력 : 2018-05-25 07:00:00


깨졌다.

엄마랑 나랑 같이 쓰던 스마트폰이 깨졌다. 운동장에선 친구들이 야구를 하고 있었고 나는 돌계단에서 친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야구공이 내 쪽으로 왔다.

“야, 현민이! 공 좀!”

아무 생각 없이 그 공을 집어서 친구들에게 던져주었다. 그런데 주머니에서 뭐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고, 바로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왼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내 폰이 떨어진 것이었다. 전화기는 첫 번째 계단으로, 배터리는 두 번째 계단으로 날아갔다.

폰을 뒤집기 전…….

‘설마 깨졌겠나? 나 전화기 한 번도 깬 적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계단을 내려가서 전화기를 돌려본 후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아이씨! 어떡하지?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많이 혼날 것 같은데, 아 미치겠네!’

폰을 계속 쳐다봐도 깨진 건 깨진 거였다. 액정을 만져보니 갈라진 느낌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내 마음도 갈라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 엄마가 버스 카드를 충전해 주신다고 폰에 달린 버스카드를 빼 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오늘따라 줄이 잘 안 풀렸다. 조금 더 느적거리다가는 지각을 할 것 같았다. 급한 마음에 버스카드가 있는 폰 케이스를 엄마에게 통째로 줬다.

엄마가 “민아, 오늘 케이스 없으니까 전화기 잘 챙기라.”

나는 그 때까지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사실 전에도 전화기를 몇 번 떨어뜨린 적도 있었다. 누비자를 타고 갈 때도 흘렸었고, 버스를 타다가 떨어뜨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멀쩡했다. 그래서 오늘도 당연히 멀쩡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 그것은 케이스의 힘이었구나…….’

나는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엄마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한테 갈 시간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걸어갔다. 엄마를 만나고 눈이 마주치는데 저절로 눈이 밑으로 깔렸다.

엄마가 “민아, 니 무슨 일 있나? 표정이 왜 그러는데?”

‘솔직하게 전화기 깨졌다고 말을 해야 하나? 말하면 혼날 것 같은데, 지금 거짓말을 했다가는 나중에 들켜서 더 혼날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내 폰이 깨졌어.”

“어? 뭐? 뭐하다 깨졌는데?”

나는 엄마한테 다 이야기해드렸다.

엄마는 “아이고, 잘했다. 그래, 니 전화기 깨졌다고 인상 팍 쓰고 있는기가? 똥 뀐 놈이 성낸다고, 니가 왜 성질내는데?”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조용히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도 속상한데, 일부러 깬 것도 아닌데!’

내가 이렇게 혼나는 데에는 현수 형 탓도 있다. 지난주에 형이 올해 두 번째로 액정을 깨 왔다. 그래서 엄마는 나한테 화를 더 내고 더 많이 혼내는 것 같다.

‘에휴.’

지금 내 전화기는 다른 전화기의 액정필름을 덮어쓰고 전화기 꽂이에 꽂혀 있다. 더 깨질까봐 손도 못 대고 있는데 언제쯤 내 전화기는 나한테 다시 올 수 있을까? 엄마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전화기를 빨리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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