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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다양한 상징들, 곳곳사 반짝반짝

기사입력 : 2019-01-01 23: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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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유익서, 김은정.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과학의 시대에 '소설'이 아직도 우리 곁에 머무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결론은 '공감'이었다. 사람의 감정에 대한 '공감', 낯선 상황에 대한 '공감', 이런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작가가 이런 공감을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이 점에서 전체 117편의 응모작 중 공감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꽃 내음 사람 내음', '뜰의 회한', '도도한 나미꼬', '암실' 등은 그 범주에 충분히 들 만한 작품들이었다.

'꽃 내음 사람 내음'은 동명의 식당을 찾아가는, 그러나 결국 그 식당에 도달하지 못하는 과정을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무리 없이 그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 성폭행의 경험을 다룬 '도도한 나미꼬' 역시 흡인력이 강한 작품이었다. 노년의 문제를 다룬 '뜰의 회한'은 집 마당의 돌을 파가는 소소한 일과 노년의 삶을 연결하는 힘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신춘문예에서 압도적으로 돋보인 작품은 '암실'이었다. 일을 그만두려는 사진작가와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옆집 어린애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는 '공소', 눈동자가 하얗게 변한 '고양이', '암실 작업' '어머니' 등 다양한 상징들이 딱 정확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다. 무엇을 이야기할지와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정확히 아는 작품이다. 여기에서 장미라는 아이의 슬픔과 그 아이와 소통하는 '나'의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낸다. 매우 좋은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의 의견 합치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고,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당선자의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유익서·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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