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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26) 제24화 마법의 돌 26

“약속이 있어서 안 돼요”

기사입력 : 2019-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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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은 당황하여 재빨리 서경숙에게서 떨어졌다.

“아빠!”

딸도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딸은 금발의 백인여자와 함께였다. 딸의 눈이 서경숙을 차갑게 훑어보고 있었다. 다행히 서경숙은 조금도 당황해 보이지 않았다.

“서 비서다.”

이정식이 짧게 말했다. 서경숙이 팔짱을 끼고 있을 때 딸이 보아서 난감했다.

“안녕하세요?”

서경숙이 밝게 인사를 했다. 딸이 고개만 까딱하고 금발 여자를 이정식에게 소개했다. 이정식은 그녀와 악수를 나누었다. 린다라는 이름의 룸메이트라고 했다.

“너는 기숙사에 있는 거 아니야?”

카페로 가자고 했으나 딸은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고 했다.

“일이 있어서 LA에 온 거예요. 아빠 바람피우는 거예요?”

딸이 추궁하듯이 물었다. 딸의 말에 이정식은 깜짝 놀랐다.

“바람은 무슨… 사람을 만나러 온 거야.”

“누구요?”

“헨리 제임스라고… 휴대폰 전문 기술자야. 밥이라도 같이 먹을래?”

“약속이 있어서 안 돼요.”

“그렇다고 아빠하고 밥도 못 먹어?”

“약속 시간이 있어서 안 된다니까요.”

“그럼 약속한 사람을 만나고 난 뒤에는 어때?”

“학교에서 미팅이 있어요. 아빠는 지난주에 점심 같이 했잖아요?”

“아빠, 이제 귀국한다.”

“아!”

딸이 그제야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약속이나 미팅을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서울로 돌아갈 때 공항으로 배웅을 나오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딸과 헤어져 약속 장소인 카페로 갔다.

헨리 제임스는 이동통신의 코드분할 방식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 업자라고 했다. MIT 출신들을 모아 1985년에 창업을 했는데 코드분할 다원접속에 대해서 연구개발하고 있었다. 그는 40대 중반이었고 검은머리에 파란 눈을 갖고 있었다. 회사는 거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서경숙은 헨리 제임스와 자그마치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했다. 이정식도 더러 이야기에 끼어들고는 했는데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했어? 나는 도무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는데.”

헨리 제임스와 헤어진 뒤에 서경숙에게 물었다.

“휴대폰 접속방식인데 자기들이 CDMA를 개발했대요.”

서경숙이 커피를 마시면서 대답했다.

“그게 대단한 기술인가?”

이정식은 과학적인 이야기는 깊이 알지 못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