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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64) 제24화 마법의 돌 64

“일본인들에게 팔아야지요”

기사입력 : 2019-04-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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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관영이 산을 사라고 뒤에서 류순영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이 단양에 한번 가 봐도 되고요. 단양팔경이 아주 좋대요.”

류순영이 이재영을 졸랐다.

“단양에 마땅한 산이 있소?”

“일본인이 동양척식에서 산 땅이 매물로 나와 있어요. 한번 보기나 해요.”

류순영이 졸랐으나 이재영은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자 류순영이 차를 끌고 단양에 갔다가 오겠다고 나섰다.

“뭐, 뭐라고?”

이재영은 깜짝 놀랐다. 차를 산 뒤에 류순영이 운전을 해보겠다고 하여 몇 번 가르친 적이 있기는 했었다. 그러나 운전을 못하게 했었다.

이재영이 운전을 못하게 했으나 류순영은 이재영 몰래 운전을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마나님이 마부가 되려나? 천하게….”

이재영은 류순영이 운전을 하는 것을 반대했다.

“미국에는 여자도 운전을 한대요.”

“미국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알아?”

“책에서 봤어요.”

류순영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이재영은 어쩔 수 없이 류순영과 류관영을 데리고 단양으로 향했다. 그러나 단양으로 가는 길은 험했다.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뒤에 철로를 놓고 길을 새로 만들었다. 차가 다니는 큰길은 새로 만든 길이라고 하여 <신작로>로 부르게 되었다. 그래도 산길을 굽이굽이 돌고 자갈길을 덜컹대면서 달려야 했다. 길가에는 포플러가 열병을 하듯 길게 늘어서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단양에 도착한 것은 거의 해질 무렵이었다.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튿날 산주인을 만너러 갔다. 산주인은 하세가와 준이라는 40대의 일본인이었다.

산주인은 가급적이면 빨리 팔고 싶어 했다. 석회석이 많은 산이라 쓸모없는 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재영은 류순영의 이름으로 산을 계약했다. 계약을 하고 단양의 강가에서 식사를 했다. 그들이 산 산은 단양과 영월의 경계에 있었다.

“매형, 산을 가지고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류관영이 이재영에게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자네 누나가 졸라서 사기는 했지만 어디 쓸모가 있겠나?”

이재영은 헐값으로 산을 사기는 했으나 용도는 마땅치 않았다.

“기왕에 산을 샀으니 시멘트를 생산해야지요.”

“시멘트를 생산해서 누구에게 팔아?”

“일본인들에게 팔아야지요.”

“일본인들이 조선의 시멘트를 사겠나? 조선인들은 아직도 초가집을 짓고 살고 있네.”

시멘트의 용도가 커지고는 있었으나 마땅치 않았다.

“도시는 점점 시멘트로 집을 짓게 될 겁니다. 다리도 놓구요. 또 수로도 만들지 않습니까? 일본인과 조선인에게 팔려면 일본인과 동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재영은 먼 허공을 쳐다보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