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정국 전망] 근소한 차이로 승패 갈려 차기정부 국정 험로 예상
문 대통령 급격한 레임덕 직면
대장동 의혹 규명 ‘태풍의 눈’
진보·보수 갈등 봉합도 과제
‘촛불 민심’을 기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5년 만에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당선은 곧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해석한다.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 운영에 험로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권교체에 따라 국정 장악력이 약화하면서 급격한 ‘레임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린 만큼 차기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갈린 여론을 아우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선이 유력해지자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장동 의혹’ 등 태풍의 눈= 선거기간 내내 여야는 도를 넘는 네거티브전을 주고받았다. 특히 ‘대장동 의혹’은 태풍의 눈이다. 대장동 의혹은 민관합동으로 진행된 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상대 후보를 ‘대장동 몸통’이라고 지목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대장동 특검’을 추진해서 이번 의혹의 책임 소재를 끝까지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 역시 선거 과정에서 전임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적폐 청산 수사의 범위·강도와 통합 기조 사이에서 균형을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국면이 펼쳐질 경우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측의 가짜뉴스와 여론조작, 흑색선전, 표심 왜곡이 도를 넘어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선거 뒤에도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 후보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있다. 최근에는 경찰이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윤 후보 관련 수사는 대부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맡고 있다. 검찰 재직 시절과 연관된 고발 사주 의혹,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 등이다. 대장동 의혹과 연결되는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함께 윤 후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지로 지목된 신천지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무속인 ‘건진법사’의 조언을 받고 거부했다는 의혹도 있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갈등 봉합·통합 리더십 과제= 차기 정부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이에 대한 해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에 입법·인사에 있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현재 국회의원 295명 가운데 172명으로 압도적 다수다. 소수인 국민의힘으로서는 법안 통과에 무력하다. 다수당이 반대하면 법률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선 전 서로를 향한 적대감을 감안하면 야당의 협조 또한 쉽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 이후에도 여당의 반대로 내각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후보 단일화 선언에서 밝힌 ‘국민통합정부’ 구상을 주목한다. 대선 직후 국민의당과 신속하게 합당해 외연을 넓히고 민주당의 합리적인 인사들과도 과감하게 협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국정 운영에 제약이 큰 현실적 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 영향 주목= 민주당은 대선 패배에 따른 내홍이 불가피해 보인다.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는 교체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6월 지방선거 역시 부담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실시하는 전국 단위 선거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으로 지방선거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동안 전례에 비춰보면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여세를 몰아 곧바로 열리는 총선·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보통이다.
‘탄핵 후폭풍’이 거셌던 지난 2017년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인 압승을 거뒀다. 경남에선 민주당 소속으로 처음 김경수 도지사가 당선된 것을 비롯해 도내 18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7곳에서 승리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해시장 1곳에서만 민주당이 승리한 것과 비교하면 압승이다. 경남도의회도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했다. 지역구 58석 가운데 과반인 34석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 패배로 4년 전과 같은 ‘바람’이 불지는 미지수란 관측이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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