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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93) 가정폭력에 시달린 조손가정 찬호

“엄마 가출과 아빠의 학대로 상처 받았지만… 할머니 손에서 군인 꿈꿔요”

어릴 적 잦은 폭력에 말 더듬어 언어치료

할머니 사랑으로 동생들 챙기며 부사관 진로

기사입력 : 2023-10-09 20:29:53

“엄마 얼굴 한번 못 보고 컸는데, 아빠한테 맞기까지 했으니… 얘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요. 착실하게 커주는 손자가 고맙기만 합니다.”

찬호(18·가명)는 할머니(73)와 두 동생 선호(11·가명), 지우(9·가명)와 함께 살고 있다. 찬호의 엄마(41)는 찬호가 태어나자마자 할머니에게 맡기고 가출해 연락이 두절됐고 아빠(41)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찬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늘 두려움에 떨었다. 술을 마시면 찬호와 할머니를 때리는 아빠가 집에 올까 무서워서다. 아빠는 세 차례 가정폭력으로 수감한 이력이 있는데, 올해 아동학대, 존속폭행, 재물손괴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할머니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한테 무섭게 소리를 지르고 때리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수시로 찾아와서 손을 벌리고 돈을 갖는 건 예사고요. 오죽했으면 내 손으로 신고를 다 했겠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찬호의 아빠가 재혼하면서 두 동생이 생겼다. 기대와 달리 찬호에게 다정한 엄마는 아니었다. 찬호는 10살 때 새엄마에게 입은 옷을 가위로 모두 잘리고 알몸으로 밖으로 쫓겨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찬호는 “그냥 이유 없이 맞았어요. 왜 맞는지도 몰랐고요”라고 말했다.

새엄마와 아빠의 관계도 오래가지 못했다. 새엄마는 아빠의 가정폭력에 선호, 지우를 어릴 때 시장에 버리고 고아원에 맡겼다. 고아원을 수소문해 아이들의 행적을 찾은 할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와 같이 키우기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할머니가 청소일로 버는 돈으로 네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 아껴도 부족한 살림인데 감옥에서 나온 아빠는 할머니의 신분증을 도용해 카드를 발급받고 수천만원의 차량을 할머니 이름으로 구입해 매달 카드값을 갚고 있다.

찬호는 어릴 때 아빠에게 너무 많이 맞아 말을 더듬는 등 불안이 심했다. 언어치료를 통해 많이 호전됐지만 여전히 급한 상황이 되면 말을 더듬는다. 그러나 가정폭력으로 감옥에 다녀온 후에도 아빠는 흉기를 사용해 억압된 분위기를 형성하고 찬호의 얼굴을 때리고 발로 복부를 걷어차는 등 신체학대와 정서학대를 자주 가했다.

엄마의 가출과 아빠의 학대로 어린 시절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할머니의 넘치는 사랑과 훈육으로 세 아이 모두 친구 관계가 좋으며 모나지 않게 성장하고 있다. 마음의 상처가 많은 찬호지만 할머니의 말을 잘 듣고 동생들도 살뜰히 챙긴다.

어릴 때부터 배운 합기도로 선수나 사범을 꿈꿨지만 부상으로 어려워져 부사관이 되기로 진로를 바꿨다. 꿈을 위해 종합격투기(MMA)시합에 출전하고 학원에서 운동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러나 대회 참가비와 학원비가 비싸 부담이 크다.

해당 가정의 아동보호전담요원은 “할머니는 청소일을 하면서 아동 부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동이 안전한 양육환경과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학업과 꿈에 집중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보호와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8월 12일 16면 (92) 10년 만에 엄마랑 살게 된 은수네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45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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