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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94) 조정으로 희망 찾은 지연이

엄마와 단둘이 사는 지적장애 소녀 “조정으로 희망의 물살 갈라요”

기사입력 : 2023-11-13 21:39:08


장애 이겨내며 각종 대회 상 휩쓸며 두각
“매일 연습… 졸업하고도 계속 운동하고파”
엄마, 아이 재능 돕고 싶지만 여력 안돼 한숨
수급비로 방 한칸에 세 살며 빠듯한 생활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지연(17·가명)이는 학교에서 ‘스타’가 됐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조정 경기에서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지연이는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고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요즘은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어요. 선생님들의 기대가 부담스럽긴 하지만요(웃음)”라고 말했다.

지연이의 가족은 엄마 희진(40·가명)씨뿐이다. 지연이 돌 무렵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서 지금까지 연락이 끊겼다. 자연스레 생계는 희진씨가 책임져야 했다.

지연이는 일상생활은 문제가 없지만 충동장애가 있어 갑자기 화가 나면 대화가 안 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일이 잦았다. 희진씨는 “아이가 도벽이 있었어요. 겉보기엔 멀쩡하니, 상태에 대해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하고 사건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물어준 돈도 꽤 많아요”라고 말했다. 어떨 땐 배상해야 하는 돈이 엄마의 벌이보다 더 많았다. 일터에 있던 엄마는 어쩔 수 없이 24시간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

지연이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의사선생님은 입원을 권했다. 지연이가 초등학교 6학때부터 중학교 입학할 즈음까지 병원생활을 하면서 활동이 줄었고, 아이는 급격히 살이 쪘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준비하던 장애 판정은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중증으로 받게 돼,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엄마는 “입학했을 땐 친구들과 충돌이 있었어요. 아이가 학교 가길 좋아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조정이라는 운동을 시켜보자고 하셨어요. 집 앞 오르막도 힘겨워하는 아이라 오래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전국대회에서 손꼽히는 성적을 냈더라고요. 그 뒤로 흥미를 갖고 운동을 계속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지연이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고 운동을 허락했다. 엄마의 예상과 달리 지연이는 조정에 큰 재능을 보였다. 지연이는 매일매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몸무게도 20kg이나 줄었다.

선생님의 응원을 받아 처음 출전한 장애학생 대회에서 덜컥 전국 4위의 성적을 냈다. 이미 경남에선 또래 중에 가장 좋은 순위를 차지한 지연인 올해 전국 2등을 할 만큼 실력이 쑥쑥 자랐다. 지연이는 주 1회 2시간씩 조정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는다. 매일 점심시간 혼자 조정연습을 할 정도로 열심이다. 지연인 “처음 대회 나갈 땐 떨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재미가 더 커요. 기회가 되면 졸업하고도 계속 조정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지연이의 성적이 오를수록 엄마 희진씨는 고민이 커졌다. 엄마는 “학교에서 많은 도움을 주시고, 체육장학금으로 운동복을 살 수 있어 큰 부담이 없지만 아이가 졸업하면 지원이 끊겨요. 수급비 100만원 정도로 둘이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어 여력이 없거든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두 식구는 지인의 집에 방 한칸을 세 들어 살고 있다. LH 주거지원을 신청하려 해도 최소한의 보증금이 없어 엄두를 못 낸다. 희진씨는 “늘 형편이 어려웠어요. 놀이동산을 가고 싶어하던 어린 지연이를 달래려 그 앞에서 풍선만 사주고 돌아선 게 아직 응어리져 있어요. 아이가 재능을 마음껏 펼치도록 돕고 싶은데 미안하기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연이 선생님은 “지역사회의 도움은 아이의 능력 개발과 체육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겸손한 태도로 꾸준히 노력하는 지연이에게 따뜻한 손길이 절실합니다”라고 말했다.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10월 10일 16면 (93) 가정폭력에 시달린 조손가정 찬호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121만4008원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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