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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96) 자폐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예지네

빚만 남기고 집 나간 아빠·우울증 앓는 엄마… “말 못 하는 딸 치료 막막”

기사입력 : 2024-03-12 08:09:38

아픈 아이 홀로 열심히 키웠지만
월세·공과금 등 밀려 신용불량자 신세
아이 혼자선 활동 힘들고 소통도 안돼
아동·장애수당으로 생계 잇고 있지만
안정적 주거 환경·치료비 지원 절실


“말도 못 하는 아픈 아이인데 제대로 치료해 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해 엄마로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

예지(8·가명)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예지한테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예지 아빠는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집을 나가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예지는 커 갈수록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엄마는 처음에는 예지의 장애를 인정하는 게 두려워 등급 신청도 하지 않았다. 부모로서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컸다.

결국 재작년에 예지는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아버지에 대한 충격이 어렸을 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해 주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예지의 아빠는 차 대출과 도박으로 빚 1억원을 남기고 떠났다. 남긴 빚은 모두 예지 엄마가 갚아야 했다. 예지 엄마는 다시 일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도저히 빚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아 현재 신용 불량자인 상황이다.

현재 어려운 예지네의 상황은 아빠는 모르고 있어 주변의 안타까움은 크다. 양육비 소송을 하려고 했지만, 이도 어려운 상황이다.

예지의 신체는 또래와 비슷하지만, 발달 속도가 느려 작은 활동조차 힘들다. 말을 못 하고 있어 언어 소통도 되지 않는다. 예지 엄마와 통합사례관리사는 언어 치료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예지 엄마는 “언어치료를 위해 센터에서 치료받으려면 1회당 8만원이 든다. 지금 형편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이다”며 “의사가 11살 때까지 치료가 안 되면 영영 말을 못 할 수 있다고 해 걱정이 너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예지는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장애활동도우미가 돌봐주지만, 시간이 짧아 애로 사항이 많다. 아픈 예지들 돌봐야 하기에 엄마는 제대로 된 일을 못 하고 있다. 예지 엄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몇 번 시작했지만, 일 중간에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에 집에 돌아가야 했다.

예지네는 2인 세대로 자녀 아동수당, 장애수당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예지 엄마는 최근 인쇄소에서 5개월 정도 일을 하였지만, 현재는 2개월째 실직 상태이다.

예지의 아픈 몸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생활고도 가족을 힘들게 하고 있다. 관리비는 120만원, 각종 공과금은 500만원 이상 연체됐다. 현재 주거환경 또한 아픈 아이가 살기에는 좁고 쾌적하지 않다. 심지어 2년 전부터 현재 아파트 월세가 밀려 퇴거 명령을 받은 상황이다.

예지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장애특수 학교에 입학했지만, 집을 구하기가 마땅치 않다.

예지 엄마는 “집을 이사 가더라도 스쿨버스 노선에 따라 구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혼자 몸이라면 고시원에서라도 살고 싶지만, 장애를 가진 자녀와 생활하려니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예지가 말하고 학교생활을 이어가려면 지역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예지네는 현재 주거급여 수급자로만 책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생계 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예지의 어머니도 우울증을 앓고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통합사례관리사는 “경제적 빈곤으로 현재 집에서도 쫓겨나야 할 상황이나 가구원들의 자력으로는 문제해결 능력을 찾지 못하고 대책을 마련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며 “주거 안정 및 자녀의 양육 환경 개선이 이뤄져 가족이 다시 한번 더 희망을 품고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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