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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95) 가정폭력에 시달린 정호네

아버지에게 멍든 ‘마음의 상처’… 세 남매는 아직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기사입력 : 2023-12-11 20:50:27

알코올 의존증 걸려 수시로 폭언·폭력 일삼아
현재 정신병원 입원… 엄마는 이혼 절차 밟아
큰딸 경제적 어려움·우울증에 학업 중단 위기
막내딸은 트라우마 심해 아직도 심리 치료



“애들 아빠에게 아이들이 오랫동안 폭력을 당해 마음의 병이 큽니다. 떨어져 살아도 아직 불안 증세를 보일 때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 정호(가명·13)는 태어날 때부터 최근까지 아버지에 의해 가정 폭력을 당했다. 한참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하는 나이지만, 정호는 그러지 못했다. 가정 폭력으로 생긴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응어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정호네는 아버지의 알코올 의존증 때문에 불화가 생기기 시작됐다. 아버지는 군 제대 무렵부터 알코올 의존증에 걸렸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제대로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활했다. 정호의 어머니는 알코올 의존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결혼을 했고, 결국 남편을 대신해 마트에서 일을 하며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아버지는 수시로 가족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 특히 세 자녀 중 아들이라는 이유로 정호는 이유 없이 뺨과 머리를 맞으며 자랐다. 밝게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정호의 몸과 마음엔 폭력의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대학생인 정호의 누나인 민지(가명·21)양도 힘든 삶을 견디고 있다. 고1 때 아버지에게 폭력을 심하게 당한 뒤부터 집을 나가 외할머니 댁에서 생활했다. 이후 부산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현재 2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청춘의 낭만을 즐겨야 할 대학생이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민지양은 꿈인 간호사를 위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할지 고민 중이다. 초등학생인 막내 민정(가명·10)양은 가족들이 폭력을 당하는 것을 보고 트라우마 생겨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칼로 찌르려는 모습을 옆에서 본 뒤 트라우마가 심해져 지금도 불안감을 내비칠 때가 많다.

현재 정호 부모님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7월 아버지가 자녀들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난동을 피우며 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는 이 일을 계기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혼을 다짐했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아버지는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폭행으로부터 잠시 벗어났지만, 아직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번 병원 입원 때도 퇴원을 해 다시 가족들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번에도 퇴원해 찾아 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빨리 이혼 처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다행히 정호네는 주택공사의 지원을 받아 지난 9월 현재 거주하는 집으로 이사했다. 아버지가 옆에 없기에 아이들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남아 정호의 가족은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한다. 2500만원 정도의 부채가 있고, 지인들로부터 조금씩 빌린 채무 때문에 상환 독촉을 받고 있다. 또한 아버지가 분리 조치되면서 생계급여가 줄어들어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어머니도 허리 통증과 우울증으로 인해 직장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통합사례관리사는 “큰딸이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 지금 위기를 잘 버텨야 간호사가 되어 생활이 안정화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오랫동안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기에 남은 가족들이 마음의 고통이 큰 상황이다. 아이들 진학과 심리 치료를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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