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남 사회 10대 뉴스
1973년 이후 폭염·열대야 일수 최다… 의정 갈등·의료 공백 장기화
1. 역대급 더위에 온열질환자 급증

일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인 지난 7월 22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원이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경남신문DB/
올여름(6~8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를 덮으면서 전국이 폭염으로 들끓었다. 특히 경남은 1973년 이후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로 기록됐다.
폭염일수는 35.6일로 지난해 13.6일에 비해 2.6배, 열대야 일수는 32일로 작년 10.5일 대비 3배나 증가했다. 평균 기온도 25.1도로 평년 24.1도보다 1도 높았으며, 평균 강수량도 1237.3㎜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북창원의 경우, 올여름 평균 기온(26.4도)과 평균 강수량(1098.8㎜·31도)에서 역대 최고치 1위를 경신했다.
장기간 지속된 폭염에 경남지역 온열질환자는 작년 266명보다 많은 377명이 발생했으며, 이 중 6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6명은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2. 의료계 집단행동 따른 의료 공백

지난 10월 14일 서울 시내 한 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연합뉴스/
올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발표로 촉발된 전공의 파업 등 의정 갈등이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해 부족한 의료 취약지·필수의료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최소한인 2000명 증원을 추진한 반면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은 의학 교육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며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의 요구로 351명이 줄어든 뒤 2006년 이후 17년간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의정 갈등을 두고 정부에 대해 의료 증원 소통 부재를, 의료계 역시 직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형병원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들이 일제히 진료를 거부하면서 올 상반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49만여명으로 작년 41% 수준으로 감소했고, 응급실을 찾았지만 숨진 환자는 1만6237명으로 지난해 전체 수치의 절반에 육박했다. 양측의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의정갈등 향방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3. ‘소녀상 테러’ 위안부 역사 왜곡

지난 9월 11일 창원 오동동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위안부를 부정하는 단체 기자회견이 열리자 경찰이 다짐비 훼손을 우려하며 폴리스라인을 치고 진입을 막고 있다./경남신문DB/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극우단체가 경남지역 소녀상에 테러행위를 했다. 이들은 지난 9월 경남교육청 제2청사 앞 ‘기억과 소망’과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 ‘인권 자주 평화 다짐비’에 ‘흉물’ 등이 적힌 피켓을 두고 사진을 찍었다. 극우단체는 뒤이어 오동동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위안부 사실을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기자회견에 일부 시민들이 반발하며 말다툼이 이어지기도 했다.
위안부 역사 왜곡 움직임이 이어지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열린사회희망연대, 경남진보연합 등 경남지역 90여개 단체로 구성된 친일 청산과 소녀상 지킴이 모임은 이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경남 출신은 36명이다. 이들 중 생존해 있는 피해자는 단 1명. 이 기간 소녀상(기림비)은 2007년 하동에서 처음 시작해 총 14곳에 설치돼 있다.
4.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중대재해 속출

지난 9월 23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최근 추락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정혜경 의원실/
올해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중대재해 3명, 온열질환 의심 1명, 원인불명 익사 1명 등 5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중대재해 사고는 지난해 1월부터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해 1월 12일 선박 방향타 제작 공장에서 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28세 노동자가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같은 달 24일에는 선체에 붙은 따개비 등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잠수 작업을 하던 31살 노동자가 숨졌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두 달 뒤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해 행정과 법적 조처를 하고 종합진단 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9월 9일 40대 노동자가 건조 중인 선박 상부 32m 높이에서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잇따른 중대재해로 한화오션 정인섭 사장은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5. ‘3·15의거’ 누락 교과서 논란

씨마스의 기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소개된 3·15의거. 1차 의거와 2차 의거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씨마스/
2025학년도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할 한국사 새 교과서에 ‘3·15의거’라는 표현이 누락된 것이 확인되면서 지역 시민단체와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반발이 확산했다.
3·15의거는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에 항거해 그해 3월 15일부터 4월 13일까지 마산에서 일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유혈 민주화운동이지만 교과서에는 아예 ‘3·15의거’ 단어가 삭제되고, 3·15부정선거만 기술됐다.
이에 따라 경남교육청에서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6종 교과서 출판사에 수정을 요청했고,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여 16개 출판사에 수정을 요청했다. 각 출판사에서도 ’3·15의거’를 다시 싣겠다고 수정 요청을 받아들여 수정안을 교육부에 제출해 교육부의 승인을 받았다. 수정된 새 역사 교과서는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게 된다.
6.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 사망사건

경남경찰청이 지난 8월 30일 경찰청 기자실에서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에서 40대 여성이 갇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경남신문DB/
지난 8월17일 하동에서 가출 신고가 됐던 40대 여성이 파출소 순찰차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새벽 시간 순찰차에 들어간 뒤 30시간 넘게 나오지 못해 갇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출소 CCTV 영상에는 그가 주차장에서 차량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찍혔고, 당시 이 순찰차는 문이 잠기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순찰차 뒷좌석은 혼자 내릴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는데 낮 최고기온 34~35도의 폭염경보 속에 차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여성이 파출소를 방문했을 때 근무자들은 잠을 자는 등 여성이 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또 매뉴얼에 따라 해당 순찰차를 운행해야 하지만 여성이 순찰차에 들어간 뒤 숨진 채 발견된 35시간여 동안 모두 7회, 8시간 순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자들이 근무를 충실히 했다면 여성의 사망을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7. 밀양 성폭행 가해자 폭로 후폭풍

안병구 밀양시장, 허홍 시의회 의장, 80여 시민단체, 종교단체 대표가 지난 6월 25일 시청 대강당에서 ‘2004년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밀양시/
밀양에서 발생한 ‘2004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두고 한 유튜버가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으로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단 한 명도 형사 처벌받지 않았다며 불이익을 받도록 신상을 공개한 건데, 사적 제재나 본인의 수익 창출이 목적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다른 블로거나 유튜버 등도 이번 폭로에 가세해 무관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등 명예훼손으로 인한 경찰 고소·진정 건수가 연이었으며, 협박 등 혐의로 검거된 유튜버 중에는 지자체 공무원 신분의 아내가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하는 등 범행을 도왔던 것으로 드러나 부부가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사건 재조명으로 지역 혐오론이 생겨나자 밀양시와 시의회, 시민단체는 공동 사과문을 발표했다.
8.‘가고파’ 등 보수-진보단체 이념 갈등

창원지역 민주화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 1일 창원시청에서 마산국화축제에 친독재 행적이 있는 이은상을 상징하는 ‘가고파’ 명칭 추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올해 마산에서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 명칭으로 불거졌다. 시작은 지난 5월 창원시가 ‘마산국화축제’ 명칭에 ‘가고파’를 포함시키기로 나서면서다. ‘가고파’는 3·15의거 폄훼 논란이 있는 노산 이은상의 가곡이다. 이를 이유로 3·15의거기념사업회 등 민주단체는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바른가치실천본부 등 보수단체도 가고파 명칭이 추가돼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이은상이 3·15의거를 폄훼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립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축제 명칭은 국민의힘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장이 해당안을 직권상정하면서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확정됐다.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내년 개관이 예정된 ‘민주주의전당’ 또한 ‘자유’를 넣니 마니로 지역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다. 민주단체가 부마민주항쟁을 기념하는 명예도로를 창원시에 신청했지만, 보수단체가 중복구간에 마산어시장로 등을 신청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모든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9. 태국 파타야 한국인 관광객 살인사건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 살해한 혐의 피의자가 조사를 위해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이동하고 있다./경남신문DB/
지난 5월 태국 파타야에서 김해 거주민을 납치해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국내에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A(39)씨와 B(27)·C(25)씨는 파타야에서 30대 김해 거주민을 살해하고는 시신을 훼손한 뒤 플라스틱 통에 시멘트와 함께 넣어 호수에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해외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다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이 현지 뉴스를 통해 알려진 이후 경남경찰청은 가장 먼저 귀국해 있던 C씨를 주거지에서 긴급 체포했으며, 캄보디아로 도주했던 B씨를 경찰주재관들의 첩보와 현지 경찰의 도움으로 체포했다. 또 4개월여 만에 베트남 하노이 은신처에 숨어 있던 A씨를 마지막으로 체포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재판에서 각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구형했으며, 내년 1월 16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10. ‘사천 채석장 사망사고’ 부실 수사

사천 채석장 사고 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월 22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지난 8월 2일 오전 사천시 한 채석장에서 약 3m 높이 길 아래로 차량이 추락해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를 두고 사천경찰서는 단순 교통사고로 조사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유족 측은 사고 직전 채석장에서 발파작업이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재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후 사건은 경남경찰청에 이관됐고, 조사 결과 발파 작업으로 인한 산재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골재업체 발파팀장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천 채석장 사고 피해자 유족은 지난 10월 사천경찰서 교통과장과 팀장, 직원 등 3명과 고용노동부 진주지청 근로감독관 2명 등 총 5명에 대해 직무유기 등으로 고소했다. 또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함께 사천경찰서장과 교통과 3명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다.
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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