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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동 ‘117년 인권 유린 현장’ 아픈 역사 기억할 공간 없다

창원시 공원조성계획 주민설명회

문화·휴식공간 활용 용역결과 발표

기사입력 : 2022-08-08 21:21:03

117년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내 4평(13.2㎡) 남짓한 방에서 인권 유린을 당했던 여성들. 폐쇄를 앞둔 집결지는 공원으로 재조성될 계획이지만 계획안에는 그들을 기억하고 기록할 공간은 단 1평(3.3㎡)도 없었다.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조성될 문화공원이 지역민들의 문화·휴식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용역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이 내용을 주민에게 알리고 의견을 듣는 주민설명회에서 ‘여성 인권 기록(전시)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8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내 철거공사가 끝난 부지에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곳은 임시공영주차장으로 이용될 예정이다./성승건 기자/
8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내 철거공사가 끝난 부지에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곳은 임시공영주차장으로 이용될 예정이다./성승건 기자/

문순규 창원시의원은 8일 오후 3시 오동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창원 서성동 문화공원 조성계획 결정(안) 주민설명회’에서 계획 발표 이후 발언권을 얻고 이같이 주장했다.

문순규 의원이 요구하는 공간은 총 사업지 1만1144㎡ 중 99㎡으로, 전체 사업지의 1%도 안 되는 공간에 여성 인권 기록관을 조성해 이곳의 과거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는 “집결지로 가장 피해가 컸던 분들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고, 그다음으로 집결지 안에서 고통받던 여성들이다. 폐쇄 후 공간은 80%는 주민들에게, 20%는 폐쇄를 위해 목숨에 위협을 받으면서도 목소리를 냈던 여성 인권 운동가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곳은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이다. 하지만 정말 작은 공간이라도 조성해 아픈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우리는 기억·기록하는 행위를 부끄러워해선 안된다”며 “기록관 건립에 많은 주민이 공감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앞서 질의응답 중 여성 인권 기록관보다 체육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피력했지만, 대다수 주민은 문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동의의 박수를 보냈다.

곧이어 발언에 나선 박선애 창원시의원도 여성 인권 기억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집결지 폐쇄를 위해 우선 문화공원을 조성한 후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국비 지원을 받아 추가로 역사관과 시니어 체육시설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장기계획을 세워 1차적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2·3차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기록관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지만 다시는 이러한 인권 유린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의 역할도 할 수 있도록 규모 있게 건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문화체육시설을 조성하고 별도로 작게나마 여성 인권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윤소영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 대표는 “집결지 현장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곳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문화체육시설이 없다는 것이다”며 “야외 공간이 아닌 주민들을 위한 실내 시설을 건립하고, 디자인적으로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해 인권 유린의 현장이었고 이를 치유하고 있는 마을을 기록하는 공간을 조성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8일 오후 창원시 서성동 공원조성계획 결정(안)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용역 업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8일 오후 창원시 서성동 공원조성계획 결정(안)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용역 업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서성동 문화공원 공원조성계획 결정(안)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체육시설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여성 인권 공간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환영받지 못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공원은 크게 주민문화 공간(문화의 거리·잔디문화광장 등), 노인문화 공간(체력단련시설·휴게쉼터 등), 청소년문화 공간(상상도서관·모래체험장 등)으로 조성된다. 시는 앞서 지난 3월과 4월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한 주민수요조사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민여론조사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한 후 공원 조성안을 수립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성매매 집결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관련 시설 설치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주민수요조사 결과, 90.4%는 ‘주민휴게·편의시설(문화공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61.7%는 ‘여성인권 관련 시설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시민여론조사에서도 성매매 집결지 문화·역사 기록 사업에 대해 72.6%가 부정적으로 답했고, 여성 인권 전시관에 대해서도 74.9%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창원시는 향후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9월 도시공원 계획 결정 고시, 12월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거쳐 2024년 상반기 공원 조성을 마칠 계획이다. 2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설명회를 진행한 창원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내부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안을 잘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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