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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 ‘쿵’… 짝퉁 거북선의 마지막 절규

거제 거북선 철거 현장 가보니

기사입력 : 2023-07-11 13:53:24

굴삭기 작업에 찢겨지고 부서져
작업 하루 만에 폐기물 112t 달해
현재 60% 철거… 23일까지 진행


20억원을 들여 제작했지만 ‘짝퉁’ 논란 끝에 154만원에 팔린 거제 거북선이 결국 철거에 들어갔다.

비가 내리는 11일 오전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거제시는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임진년 거북선 1호’에 대한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철거 작업은 거북선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한 후 포클레인이 거북선 머리가 있는 선수부터 순차적으로 뜯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1일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592년 거북선’ 철거현장 모습. 목재가 부식된 탓에 포클레인의 작은 움직임에도 종잇장처럼 부서지고 있다.
11일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592년 거북선’ 철거현장 모습. 목재가 부식된 탓에 포클레인의 작은 움직임에도 종잇장처럼 부서지고 있다.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크기의 이 거북선은 작업이 진행될수록 서서히 속을 드러내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폐기물로 변해갔다.

목재가 이미 심각하게 썩은 상태라 거북선은 포클레인이 움직일 때마다 종잇장 찢어지듯 쉽게 부서져 나갔다.

이날 작업을 통해 거북선은 전체의 60%가량이 해체됐다. 해체된 양만 약 112t에 달한다. 거북선 철거 작업은 오는 2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철거 이후 목재와 금속을 따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쳐 목재는 전문업체에 맡겨 소각하고 금속은 고물상에 고철로 매각된다. 이 거북선은 2010년 경남도가 진행한 이순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국비와 도비 20억원이 투입돼 제작됐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3층 구조 거북선을 재현해 ‘1592년 거북선’으로 불렸다. 하지만 거북선 제작에 수입 목재를 섞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등 ‘짝퉁 거북선’ 논란이 일었다. 제작 이후엔 거북선 관리가 문제였다. 방부 처리를 소홀히 한 탓에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거나 뒤틀렸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는 선미 부분이 파손돼 폐기 처분 의견이 나왔다.

11일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952년 거북선’ 철거현장 모습. 목재가 부식된 탓에 포클레인의 작은 움직임에도 종잇장처럼 부서지고 있다.
11일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952년 거북선’ 철거현장 모습. 목재가 부식된 탓에 포클레인의 작은 움직임에도 종잇장처럼 부서지고 있다.

시는 폐기에 앞서 8차례의 매각절차를 진행한 끝에 한 입찰자가 154만원에 낙찰받았으나 인도를 포기, 결국 이날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다.

제작부터 지금껏 숱한 논란에 있던 거북선이지만 철거 소식에 거제시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체 작업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용머리가 떨어질 때 ‘쿵’하는 굉음이 났는데 마치 거북선이 절규하는 것처럼 들렸다”며 “짝퉁 논란에 몸체는 부식됐어도 거북선이라는 상징성이 있었는데 철거 작업을 보고 있으니 그 끝이 너무 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952년 거북선’ 철거현장 모습. 목재가 부식된 탓에 포클레인의 작은 움직임에도 종잇장처럼 부서지고 있다.
11일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952년 거북선’ 철거현장 모습. 목재가 부식된 탓에 포클레인의 작은 움직임에도 종잇장처럼 부서지고 있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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