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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고육계(苦肉計)- 이준희(정치부장)

기사입력 : 2024-04-17 19:31:31

영화 ‘127시간’은 한 산악인이 고립된 후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감동 실화 영화이다. 영화는 홀로 산행을 하던 주인공 아론이 절벽 사이에 나온 바위를 밟다가 그만 굴러떨어지고, 팔이 바위와 절벽 사이에 끼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바위에 끼어 닷새를 보낸 주인공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팔을 잘라내고 탈출에 성공해 구조된다는 이야기다.

▼병법에 ‘고육계’(苦肉計) 라는 계책이 있다. 고(苦)는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뜻이고, 육(肉)은 육신의 의미로 자기 몸을 상해 가면서까지 꾸며 내는 계책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아프지만 생존을 위해 내 육신을 잘라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일부러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싶겠는가. 하지만 생존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신체의 일부를 잘라내서라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버려야 할 것과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은 생존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고, 버려야 할 것은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는 나쁜 습관과 안일함이란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6가지 구습을 혁파하고 잘라내야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일도결단근주(一刀決斷根株)’라고 했다. 구습을 한 칼에 결단하여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당장은 힘들지라도 이를 도려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잘라내야 할 순간을 맞을 수 있다. 나에게는 이런 순간이 오지 않기를 수없이 되뇌지만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살이다. 고통 뒤 희열을 느끼듯이 내가 아끼는 것을 버리고 포기하였을 때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조직도 마찬가지여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세상살이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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