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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악화 vs 노동 권리… ‘법인택시 월급제’ 놓고 노사 의견차

경남택시사업조합,국토부 앞 회견

기사입력 : 2024-05-09 20:45:26

“8월부터 주 40시간 최소근무 확대시
임금 지급 여력 없는 업체 줄도산”

노조 “기준운송수익금은 기형적 구조
정당한 임금 위해 월급제 도입해야”


경남도내 117개 택시회사가 소속돼 있는 경남택시운송사업조합이 9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8월 도입 예정인 ‘법인택시 월급제’에 반발하고 나섰다. 업체가 지급할 임금 규모가 4배가량 늘지만 고정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 권리와 안전운전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해 월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경남을 포함한 전국 택시조합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시행 불가능한 법인택시 월급제를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법인택시 월급제’는 법인택시 회사가 운수종사자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월급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제도는 2019년 8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됐다. 우선적으로 서울이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했고 나머지 시·도는 법 공포 이후 5년인 오는 8월까지 시행해야 한다.

9일 오전 국토교통부 앞에서 경남택시운송사업조합을 포함한 전국 택시조합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택시 월급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경남택시운송사업조합/
9일 오전 국토교통부 앞에서 경남택시운송사업조합을 포함한 전국 택시조합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택시 월급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경남택시운송사업조합/

경남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현재 도내 택시업체는 주 10~15시간의 소정근무시간을 두고 50만원 상당(월 40~60시간)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대신 운수노동자는 주 45만원 상당(월 180만원)의 기준운송수익금을 회사에 지급해야 하며,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받고 있다.

택시업체들은 현 체제에서 최소 근무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업체 대부분이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라 우려했다.

송기근 경남택시조합 업무부장은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지역에서 운송원가 대비 운송수익금이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제도가 시행되면 주 40시간 이상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줄도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운수노동자의 근무 만족도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주장했다. 송 부장은 “최근 은퇴 이후 소일거리로 택시운전을 시작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러한 경우 40시간 노동을 원치 않기도 한다”며 “노사간 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정부가 의무화하는 건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택시업체들은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월급제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선 5월 임시국회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노사간의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현 구조도 기형적이라며 조속한 월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인규 전국민주택시노조 경남지역본부장은 “주 10시간 근무해 45만원의 기준운송수익금을 내라는 건 1시간에 4만5000원을 벌어라는 말”이라며 “형식적인 근무시간일 뿐 택시기사들은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 하지만 받는 월급은 정해둔 10시간에 대한 임금”이라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과정에서 과속, 승차거부 등 서비스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또한 하루 8시간 근무를 의무화하고 정당한 임금을 줘야 종사자 고령화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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