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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계절근로자 돈벌이 삼은 브로커 ‘미스터 김’ 구속

필리핀 노동자들 억대 임금 빼돌려

범행 가담 거창 전직 공무원 불구속

기사입력 : 2024-05-28 20:25:50

거창군에 필리핀 계절근로자를 알선하면서 억대 임금을 착취하는 등 알선 비리 혐의로 브로커와 전 계약직 공무원이 검찰에 넘겨졌다.

법무부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현지 브로커 50대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범행을 공모한 거창군의 전직 계약직 공무원 50대 B씨는 불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전경./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전경./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이들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필리핀 현지에서 노동자들을 모아 국내 계절노동자로 알선하면서 이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노동자들의 월급 실수령액(숙식비 제외) 156만원 중 82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74만원을 자신들이 챙기거나 경비로 이용하는 등 총 1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필리핀에서 일명 ‘미스터 김’으로 불리고, B씨도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등 현지 사정을 잘 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거창군을 찾아 ‘필리핀 지자체를 잘 안다’, ‘계절근로자를 잘 소개해주겠다’라며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창군은 계약직 공무원 채용에 나서 계절근로자 업무 담당으로 B씨를 뽑았으며, 해당 필리핀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A씨는 이번 범행 과정에서 필리핀 현지 지자체에 로비를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농사일을 해 본 적이 없는 필리핀인 79명을 계절근로자로 초청하기 위해 가짜 ‘농업 종사 확인서’를 만들게 한 후 비자를 신청하게 만들었다. 또 계절근로자들이 입국한 이후로 당시 거창군청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된 B씨를 통해 계절근로자들의 급여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급여 통장을 강제로 빼앗아 보관하기도 했다. A씨는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배우자 명의 계좌로 돈을 숨기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범죄 혐의를 적발한 뒤 허위 초청으로 입국한 필리핀인 138명 가운데 8명을 적발해 강제 퇴거시켰으며, 이미 근로기간을 채우고 출국한 나머지 126명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했다.

또 국내 입국한 다른 필리핀·베트남 등 15개국 계절근로자들을 상대로 이번 사건과 유사하게 브로커의 허위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가짜 농업 종사 확인서 제출 알선 행위, 급여 통장을 압수해 임금을 착취하는 등 범행이 만연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브로커와 해외 현지 공무원 유착 여부 등도 살필 예정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농·어번기의 고질적 일손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간 동안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계절근로자 도입 주체는 희망하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법무부 주재의 배정심사협의회를 거쳐 연 2회 지자체별 계절근로자 배정 규모를 정하고 있다. 경남에서 계절근로자 배정인원은 지난해 3465명 정도에서 올해 말 60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등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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