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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계 제일의 지도자 메르켈 원칙과 타협 배워라- 이종상(전 경남대 부총장)

기사입력 : 2015-1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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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언론들은 2015년 ‘올해의 인물’로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선정하고 있다. 이유가 난민사태에 대한 대담한 리더십과 그리스의 부도사태에 대한 유로존 채무위기 극복의 적극적 지도력이 근간이 됐다고 본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이 오늘의 세계 일등 국가로 도약한 것은 첫째로 유능한 정치 지도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데나워(14년), 콜(16년), 메르켈(10년) 같은 정치 10단의 강력한 추진력, 협상력,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3선의 메르켈이 유럽 최강의 경제대국을 이끄는 비결은 용인술에 있다. 쓴소리, 직언을 하는 참모를 곁에 두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정확한 민심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최적의 대책을 추출해 낸다는 것이다. 쓴소리나 직언을 멀리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발전을 위해 직언을 즐기는 메르켈의 리더십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메르켈은 치밀함이 그의 무기였다. 대화의 상대방을 깊이 연구해 돌직구를 수없이 날려 상대방을 굴복시킨다. 그는 국민담화 같은 것 대신 문제를 세분화해 합의·타협을 이끌고 원칙과 단호함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메르켈의 난민 대폭 수용이 세계적인 지지와 인기를 가져왔지만 국내에서는 반발에 부딪혔다. 생활비 부담 등 재정적 지원의 막대한 부담과 저소득층의 일자리 위협, 극우세력의 테러 위협까지 겹쳐 사회통합 여부도 문제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난민 150만명이 온다면 노벨평화상도 유력하다는 유럽의 도덕적 상징으로 올랐으나, 그는 반대의 심각한 고뇌에 차 있었다. 그는 지난 14일 열린 기민당 연례총회에서 독일 유입 난민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해 유연하게 그의 정책을 수정했다.

독일이 세계 제일의 선진국가로 도약한 두 번째 이유는 내각책임제라는 권력구도에서 찾을 수 있다. 대통령제로 성공한 나라는 지구 상에 미국뿐이다. 미국의 대통령제를 도입한 나라 거의가 독재와 입맞춤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세계 선진국은 내각책임제 국가가 많다. 영국, 독일, 일본, 호주, 캐나다 등 대부분이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은 내각책임제이면서 독특한 제도가 있다. 후임 수상을 선출하지 않고는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는 건설적 불신임제도이기 때문에 내각이 안정돼 지속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 연속집권이 가능하니 아데나워, 콜, 메르켈 총리가 장기집권으로 라인강의 기적, 독일 통일, 경제적 번영을 이룩한 것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단독정부가 구성된 적이 없다. 2개의 정당이 연립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메르켈도 집권 1기 사민당과 대연정, 2기 자민당과 연정, 3기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성사시켰다. 그는 어깃장을 놓는 파트너와 타협과 설득으로 큰 불화음 없이 무난히 조율한다. 보다 나은 정책을 위해 타협하고 조정하기 때문에 정쟁이 있을 수도 없다. 여야의 극심한 대립으로 필요한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무능·불임 국회를 볼 때마다 우리도 독일의 내각책임제 채택을 갈망하게 된다. 이원정부제의 개헌을 주장하지만 여소야대를 예상하면 여당의 대통령에 야당의 국무총리가 탄생하면 우리의 정치 수준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독일의 통일과 번영은 유능한 총리와 내각책임제라는 제도의 조화로 이룩된 것을 교훈 삼아 우리 정치인은 메르켈의 정치력을 본받아야 한다. 또 20대 국회에서 권력구조의 개헌은 독일식 건설적 불신임제인 내각책임제의 개헌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종상 (전 경남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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