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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학생부종합전형’에 거는 기대- 박종훈(경상남도교육감)

기사입력 : 2016-09-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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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장에서 20여년을 고교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늘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교육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표정 또한 밝지 못했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학교 안과 밖에서 겪는 끝없는 경쟁 때문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1등만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달라졌다. 매사에 순응하고 책임감을 강조하는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는 자주적이고 창의적이며 더불어 사는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

대학은 잠재력을 가진 미래인재 선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입시는 ‘학종이 대세’라고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후 ‘학종’)은 수능 성적 외에 학생의 다양한 능력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전형방법이다.

본고사와 학력고사에 익숙한 세대는 대입 선발 요소를 정량화된 점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60% 이상의 학생을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선발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학교와 학생이 함께 담아가는 활동기록이며 개인 이력서이다.

이제 대학입시도 교육본질 회복 노력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이 스스로 적성과 능력을 계발해 나가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는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잠재력을 계발하고자 노력을 다한다. 이러한 과정이 선생님의 평가를 통해 학생부에 담기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학종’이다.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과 맞물려 대학은 시험을 잘 치는 아이들만을 선발할 이유가 없어졌다. 타인과 비교를 통해 시험성적으로 서열을 세우는 것은 교육의 본질이 아니다. 자아를 존중하는 가운데 자기계발에 힘쓰고, 친구들과 소통·협력하며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시행된 대입 전형 중 교육의 본질을 가장 잘 살리는 전형이 ‘학종’이라 할 수 있다.

‘학종’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평가에 대한 공정성’, ‘학생의 피로도 가중’, ‘사교육을 통한 서류 작성·면접 준비’ 등 여러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행 입시제도 중 ‘학종’만큼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는 전형은 없었다. ‘학종’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만큼 고교 교육과정도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입시제도는 학생의 미래역량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했고, 선생님을 수업과 평가전문가로 생각해 학생부를 제대로 해석하려 들지도 않았다. ‘학종’은 대학이 독점하던 평가·선발권을 고교와 나누어 가진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매우 크다.

비인간적인 경쟁보다 꿈을 살리고 행복을 가꾸는 교육을 펼치고 이를 바르게 평가해 주는 ‘학종’이 대입전형제도로 정착돼 경남의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미래의 역량을 길러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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