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특별기고] 슬로시티…왜 김해인가?- 허성곤(김해시장)

기사입력 : 2018-07-16 07:00:00
메인이미지

지난 6월 20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일정으로 국제슬로시티 인증서를 받기 위해, 또 슬로시티를 직접 둘러보기 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이탈리아어로 치타슬로(cittaslow)라는 뜻의 슬로시티는 환경과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보존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 나가는,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행복운동이라 할 수 있다. 1999년 이탈리아의 그레배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시작돼 현재는 전 세계 30개국에 255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6월 신규 인정을 받은 김해시와 서천군을 포함, 15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슬로시티운동은 성장보다는 성숙을, 삶의 양보다는 질을, 삶의 속도보다는 깊이와 넓이를 채워가는 것이다. 슬로시티 인증서를 받고 난 후 많은 분들로부터 김해가 왜 슬로시티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까지의 도시발전 과정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김해시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성장한 도시다. 1995년 시군통합 당시 26만명이던 인구는 두 배 이상 늘어 현재 55만명에 달한다. 1400여개 기업체는 7500여개 업체로 다섯 배 이상 늘었다. 급격한 성장으로 도시발전도 이루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지만 이면에는 도농 불균형,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공장 입주로 인한 난개발,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들이 김해가 슬로시티로 가야하는 당위성이 되고 있다.

슬로시티 정신을 통해 여러 도시문제를 올바르게 치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해는 슬로시티와 어울리는 자산들이 많다. 찬란한 철기문화를 꽃 피우며 번성한 가야왕도의 중심지로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가야토기의 전통을 계승한 분청도자의 고장이며,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 명차인 장군차도 있다. 가락국 시조 수로왕과 허왕후를 추모하기 위한 숭선전 제례, 김해가락오광대, 석전놀이, 삼정걸립치기, 전국 유일의 가야금단과 같은 계승해야 할 전통예술이 있다. 도예산업과 같이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전통산업이 있다. 생명의 하천으로 다시 태어난 대포천과 화포천 습지 생태공원, 신어산과 무척산, 봉하마을 등 후대에 물려줘야 할 자연환경도 있다. 도시문제를 치유하고 전통과 자연환경을 지켜나가며 인간다운 삶을 찾고자 하는 슬로시티의 이념과 가치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가 김해라고 생각한다.

슬로시티라고 해서 개발은 외면하고 옛것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김해는 여전히 산업단지를 조성해 첨단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 시민생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도시 인프라도 늘려야 한다. 나는 김해의 슬로시티 해법을 빠름과 느림의 조화, 첨단과 옛것의 조화, 자연환경과 도시개발과의 조화로움에서 찾고자 한다.

시정 전 분야에 슬로시티의 정신을 깃들여 조화로운 도시발전을 이룰 때 김해가 추구하는 도시형 슬로시티의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슬로시티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너무 늦지 않았냐는 물음에 언제나 ‘better late than never’(하지 않는 것보다 늦더라도 하는 것이 낫다)가 정답이다. 욕심내지 않고 하나하나 배우며 김해만의 독창적인 슬로시티 길을 찾아갈 것이다. 그것이 곧 ‘김해를 더 김해답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한다.

허성곤 (김해시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