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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특별기고] 대결의 현장을 평화의 현장으로-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 2018-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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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오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전 세계 관심이 한반도의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집중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앞선 두 차례 정상회담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닌다. 공통점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좋을 때 개최되는 것이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금강산관광과 미국의 페리 보고서에 의해 남북미의 지향점이 같을 때 개최됐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미가 북핵 불능화에 대해 합의점을 찾았던 시점이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평화 노력,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결단, 트럼프 대통령의 문 대통령과 100% 함께한다는 지지에 의해 성사되었다.

차이점은 많다. 판문점에서 개최된 것은 대결의 현장을 평화의 현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 것은 다음번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의 개최를 예고한다. 정상회담의 정례화 계기를 엿볼 수 있다. 당일 정상회담과 핫라인 설치는 양 정상이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상시 정상회담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양 정상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당사자 해결 원칙을 널리 알릴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으로 요약된다. 양 정상은 비핵화의 개념에 공감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핵무기 폐기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북측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시로서 하나 정도의 행동 개시를 명시하면 좋다. 양 정상은 평화 정착에 대한 더 많은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우리측은 북측의 안보우려 사항을 해소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북측은 우리측과의 경제협력을 재개하고 북미수교를 촉진시키기 위해 종전선언이 요구된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전쟁을 끝장내는 정치적 선언이다. 법적인 문서로서 평화협정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종전선언의 의미는 무색해진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논의의 주체와 서명의 주체는 다르다. 양 정상이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정도의 합의서가 나온다면 금상첨화다.

남북관계 발전 문제도 중요하다. 다양한 대화와 다방면의 교류, 군사적 신뢰 구축과 이산가족 문제, 대북제재와 경제협력 문제 등의 논의가 예상된다. 다양한 분야의 대화 합의는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북측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고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기 위해 다방면의 교류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서해 NLL 문제는 군사적 신뢰 구축과 연계해서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 비무장지대의 경무장화를 비롯한 평화지대화를 위한 논의도 예상된다. 전면적 생사확인과 시범적 고향방문 등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 기대된다. 북측은 5·24 조치를 비롯한 대북제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수도 있다.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선택한 만큼 우리측의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에 큰 관심을 가질 듯하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토론으로부터 시작해서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시키는 몰타형의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1989년 미소의 양 정상은 지중해의 몰타 섬에서 동서냉전을 종식시키고 화해협력의 합의서를 채택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토론은 치열하게 하되 합의서는 간단명료해야 한다. 양 정상이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공통점 가운데 먼저 이행할 것과 나중에 이행할 것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6·15 공동선언에서 통일방안 문제라든지, 10·4 선언에서 3자 또는 4자와 같은 모호한 표현은 피해야 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큰 원칙과 방향에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는 것도 필요하다. 판문점에 상설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군사당국회담·적십자 회담 개최에 합의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다음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까지 합의해서 양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밝힌다면 성과는 배가될 것이다. 평화의 시작이 꿈이 아니라 현실임은 양 정상의 결단과 지혜에서 나올 것이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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