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창원 ‘상병수당’ 사업중단 위기
‘아픈 노동자 쉴 권리’ 사라지나… 내년 예산안 미반영
정부, 본사업 전환 2027년으로 연기
내년 36억원… 올해 대비 75.3% 삭감
시, 2년 4개월간 수당 4016건 지급
평균 73만4955원·지급 일수 16일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과 부상에도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소득을 보전하는 창원시 ‘상병수당’ 시범사업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편성되지 않으면서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시, 2년째 ‘상병수당’ 시범사업= 정부는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 조성’을 위해 오는 2025년 상병수당 제도 전국 도입을 목표로 2022년 7월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상병수당은 아파서 일하지 못해 수입이 중단되거나 줄어들 때, 아픈 기간 동안 적절한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현금성 급여다.
업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부상이나 질병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수당을 지급한다.
창원시는 2022년 7월 1단계 시범사업에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전남 순천시와 함께 선정됐다.
1단계 사업은 상병의 범위·요건에 따라 3개 모형으로 구분돼 시행됐는데, 창원시는 순천시와 함께 입원 발생 시 입원·관련 외래일수만큼 상병수당을 지급토록 한 ‘의료일수 모형’이 적용됐다. 지원금액은 최저임금의 60% 수준이다.
올해는 지난해 2단계 시범사업(4곳)에 이어 3단계 시범사업으로 4곳을 추가해 총 14개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현재까지 도내에는 창원시가 유일하다.

◇지급 건수 4000건 넘고 건당 73만원 지급= 창원의 경우 1단계 시범사업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2년 4개월간 4000건이 넘는 상병수당 지급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본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창원시 상병수당 시범사업 진행 현황을 보면,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2022년 7월 4일부터 올해 11월 10일까지 2년 4개월간 4095건이 신청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날까지 4016건에 대해서는 지급을 마쳤으며, 건당 평균 지급금액은 73만4955원, 총지급금액은 29억5200만원으로 확인됐다. 평균 지급 일수는 16일이었고, 신청부터 지급까진 평균 18.5일이 소요됐다.
또 가입자별 신청률을 보면 건강보험 가입자 72.2%, 고용·산재보험 가입자 7.8%, 자영업자는 20%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전체 신청자의 40.8%로 가장 많았고, 40대 25.4%, 60세 이상 20.5%로 뒤를 이었다.
상병별로는 손상, 중독 및 외인에 의한 질환(26.5%), 근육골격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25.1%)이 전체 신청건수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내년도 예산안서 1단계 사업지역 예산 미편성…공은 ‘예산 국회’로= 창원시를 비롯한 1단계 시범사업은 애초 지난해 6월 사업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모형별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2025년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취재 결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1단계 시범사업의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 시기를 당초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연기하고 내년도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내년도 상병수당 예산안은 36억1400만원으로, 올해 146억500만원에서 75.3% 삭감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현재 1단계 사업비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이에 따라 (창원을 포함한) 1단계는 종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안대로면 내년엔 2단계와 3단계 시범사업만 유지할 수 있고, 신규(4단계)도 시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예산 항목별 증액·감액을 논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가동됨에 따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에서는 18일부터 예산소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오는 29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한다.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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