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이소, 푸른 하늘을 날다- 김승봉

기사입력 : 2025-02-27 08:07:41

둥지에 안긴 알들이 비상을 꿈꾸었다

파각을 뚫고 나온 맑고 푸른 눈빛이여

체온을 나눈 시간은 사랑이라 적는다


어미의 봄날에도 생채기가 무성했다

비바람을 막아서서 어둠을 지킨 나날

창공을 휘감는 날개 그들만의 비상구다


비툴비툴 비상하는 날갯짓을 키워가며

둥지를 떠나가는 하늘 길은 멀고먼데

허공을 건너는 모정 화석으로 살아가다


☞ 세상 밖으로 알껍데기를 깨고 나온 새는 어떤 종류였을까. 유조의 날갯짓을 지켜보는 “파각을 뚫고 나온 맑고 푸른 눈빛이여”는 아기새의 탄생 모습을 지켜보는 생명의 존귀함으로 푸른 심장이 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랜 시간 탐조하지 않으면 육추나 이소를 볼 수 없다. 아기새가 파각하고 육추를 거쳐 이소할 때 “체온을 나눈 시간은 사랑이라 적는다”라며 사람이나 동물이나 맹목적인 자식사랑을 느끼게 한다.

이소는 어미로부터 야생에서 살아가는 필요한 것들을 습득하는 중요한 시기다. 어린새는 비행 능력이 서툴고 잘 날지 못해 땅에 내려앉을 때도 있다. 어린새는 상처를 입거나 맹금류나 포식자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다. 충분히 성장한 어린새는 이소를 유도하는 “비바람을 막아서서 어둠을 지킨 나날” 속에 어미새의 비행을 따라 하다가 “어미의 봄날에도 생채기가 무성”했고 아기새는“창공을 휘감는 날개 그들만의 비상구다”로 독립을 한다.

이소는 부모의 그늘이 아니라 성장과정이고 완전한 독립이다. 아기새는 따뜻한 둥지를 떠나 자신만의 하늘을 찾아간다. 스스로 생존 기술을 익히고 창공으로 날갯짓하는 시인의 모습도 보인다. 머잖아 그도 어미새가 되어 먹이를 제공하고 사냥법을 가르칠 것이다.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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