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발언대] 위기와 기회는 하나다- 조규홍(경제부)

기사입력 : 2025-02-10 19:25:38

20대 초반에 우연히 사주를 본 적 있다. 결과는 20대에는 일이 잘 안 풀리고 30대 이후부터 괜찮다는 것이었다. 돌아보면 실제로 20대 때 잘된 일이 없었다. 30대에 이르러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사주 때문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20대의 실패를 견뎌낸 결과가 30대에 나타난 것이라고 믿는다.

자연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연중 낮이 가장 긴 하지는 6월이지만 가장 더운 때는 8월이다. 땅과 공기가 더 데워져야 더위가 비로소 찾아 온다. 물도 끓으려면 100도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더 큰 산들을 넘어 왔다. 식민지, 전쟁, 독재, 국가 부도가 산맥을 이룬다. 심지어 이들 산 사이에 있는 봉우리들도 낮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왔다.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소추,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등 너무나 큰 파괴력을 가진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며 대한민국 경제라는 땅에 또 큰 산이 나타났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는 ‘제행무상’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하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거다. 지금 대한민국이 낮이면 반대편은 밤이듯 시각을 지구로 넓히면 낮과 밤은 함께 있다. 결국 변화에 세상의 이치가 있다는 뜻이다. 안주하고 싶은 것이 사람 본성이지만 이 세계는 항상 변한다. 자연도 이러한데 그 속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경제도 변화가 당연한 셈이다.

경제계는 최근의 변화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도 외치고 있다.

역사를 보면 위기가 기회가 된 사례들이 많다. 17세기 조선에서는 경신대기근 이후 대동법이 확산됐고, 앞서 14세기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인해 지식, 과학의 암흑기라고 불리는 중세가 막을 내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선언적인 말에 앞서 변화를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잘될 것이라고 알려주는 점술가는 경제계에 없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다.

변화가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바꿔 나가는 것이 답일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가수 밥 딜런이 이 때문에 삼라만상의 답은 ‘나부끼는 바람에 있다’고 노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규홍(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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