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복조리- 박진우(부산울산본부장)

기사입력 : 2025-02-20 19:28:37

올해도 벌써 2월의 끝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이 갑자기 복조리가 뭐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코웃음이 나왔다.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적 없었냐? 올해 설 연휴도 길었는데 아직도 몰랐냐? 등 계속 되묻다가 아차 싶었다. 늘 새해면 주변에 당연히 있을 것 같았던 복조리가 사실 필자도 본 적이 오래되었다.

▼조리는 기계화가 되기 전, 쌀에 있던 이물질을 골라내는 도구였다. 대나무나 싸릿가지의 속대를 엮어 만들었다. 과거 농경민족의 주된 곡식인 쌀을 다루는 도구로서 가정에서 더욱 중요시 여겼다. 오래전 할머니께서 쌀을 씻은 후 돌 등 이물질을 골라내기 위해 조리질을 하시는 모습도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지만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부엌 한편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정초(正初)에 새로 장만하는 조리를 특별히 복조리라고 했다. 복조리 장수로부터 일찍 살수록 길하다고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적 복조리 장수가 동네 한 바퀴를 돌면 동네사람들이 몰려가 앞다퉈 사는 모습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직접 복을 사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복조리 값은 흥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장만한 복조리는 한 해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일 년 내내 집안 문 위나 벽 등에 걸어뒀다.

▼어쨌든 아들의 질문과 얼마 전 설을 보내서인지 문득 복조리 생각이 많이 난다. 몇 년 전만 해도 신년이 되면 관공서, 기업 등에서 복조리 행사한다고 필자에게 소식을 알려왔는데 그마저도 끊어진 듯하며,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복조리를 구매하고자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여러 업체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과거 복조리 장수의 “복조리 사세요~” 목소리와 함께 직접 가져다 준 복이 그리워 주저하게 된다.

박진우(부산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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