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실손보험- 박진욱(미디어부장)

올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인 인구가 전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 추세와 고령자의 만성질환 유병률 증가를 고려할 때 향후 의료비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5.7%이며 개인부담금이 34.3% 중 실손보험이 10.7%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는 ‘5세대 실손보험’에서 중증 질환 중심으로 보장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급여와 비급여 사이에 관리급여라는 항목을 만들어 일부 비급여 항목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급여와 비급여를 같이 치료하는 병행치료의 필요성이 낮은 경우 건강보험 급여 지원이 제한되어 환자가 진료비 100% 부담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실비보험 2·3세대는 15년, 4세대는 5년 재가입 주기가 있다. 재가입 시에는 그 시기에 판매하는 5세대나 6세대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2023년 실손보험 적자가 약 2조원이라고 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물리치료(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의 지급액이 2조1291억원에 달한다. 정부에 따르면 대형 4개 보험사 기준 실손 보험금 수령자 상위 9%가 지급보험금의 약 80%를 수령하고 있다. 반면 가입자의 65%는 지급보험금이 0원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료 인상을 원치 않는 국민들과 수가 인상을 원하는 의협 사이에서 제로섬 게임이 된 급여 수가 문제에서 간극을 메워주고 있던 실손보험이다. 국민 대다수가 건강보험뿐 아니라 실손보험에 가입해 ‘이중 보험료’를 내는 현실이다. 보험료를 내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혜택을 받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기대다. 실손보험은 민영보험의 영역으로 일부 부도덕한 병원과 가입자가 오남용하는 문제를 횟수에 따른 차등이 아니라,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보장 축소로 대응하면 소비자 진료권이 침해된다. 이는 보험사만 지출을 줄여 이익을 얻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박진욱(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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