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트럼프 부활각- 양영석(지방자치부장)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며칠 전 치러진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참패했다는 평가다. 토론에서 81세 고령인 바이든은 거친 쉰 목소리로 자주 말을 더듬었다. 멍해 보이는 표정도 지었다. 반면 트럼프는 4년 전 토론 때와 비교해 차분한 모습으로 비쳤다. 2020년 대선 토론 때는 바이든의 발언 때 끼어들었는데, 이번 토론에서는 상대방 후보 발언 때 마이크가 꺼져 이런 모습이 연출되지 않았다.
▼TV 토론 이후 주요 여론조사 대선 후보 지지율 평균을 분석한 결과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은 각각 44%, 46%로 집계됐다. 토론 전 집계에선 46% 동률을 보였지만 TV토론 이후 이틀 만에 바이든의 지지율이 2%p 빠진 것이다. 이번 토론이 부동층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트럼프 쪽으로 대세가 기울어졌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인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NBC TV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가장 힘든 면접)’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부터였다. 20명가량의 참가자들이 트럼프의 한 계열사에 연봉 25만달러로 1년을 운영하는 계약을 획득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방송 회차마다 트럼프가 참가자 중 한 명을 해고해 마지막 1인이 우승자가 된다. 트럼프가 참가자에게 냉정하게 ‘넌 해고야’ 하는 장면을 보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한국의 주요한 경제 파트너이자 군사동맹국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 정치, 안보, 외교 등 다양한 영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의 첫 번째 대통령 재임 기간처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부과,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등으로 한국 기업·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달라는 대로 퍼주는 ‘국제 호구’가 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양영석(지방자치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