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공무원 월급 인상- 양영석 (지방자치부장)

기사입력 : 2024-09-02 08:12:11

내년도 공무원 월급이 올해보다 평균 3.0% 오른다. 8년 만에 최대 폭 인상이다. 이번 정부의 결정은 저임금 등 열악한 처우로 인해 저연차 공무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자 특단의 조치를 꺼낸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저연차 공무원의 월급만 올릴 수도 없다. 가령 2년차 월급만 올리면 3년차 월급보다 많아지는 연봉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저연차 공무원의 저임금을 구실로 고연차 공무원들이 큰 폭의 인상 혜택을 누린 셈이다. 이를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부처의 ‘재직 5년 미만 조기 퇴직 공무원 수 급증’,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이 8년 연속 하락세’ 보도자료 배포, 공노조의 임금 인상 쟁취 총궐기대회 개최 등이 전체 공무원의 임금을 올리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예년에 비해 하락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선망받는 직업이다. 올해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21.8대 1이다. 일본의 올해 국가공무원 일반직(대졸 수준) 시험 경쟁률 3.2대 1과 비교하면 한참 높은 수준이다. 민간 기업 직원들은 연장 근무에 공휴일 출근이 예사지만 공무원들은 ‘저녁 있는 삶’을 누린다. 연봉도 호봉만 조금 쌓이면 남부럽지 않다. 이러니 유능한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공직으로만 몰린다.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안 된다.

▼저연차 공무원의 퇴사율은 민간 기업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그 원인도 월급이 아니라 수직적 명령체계, 경직된 조직문화 탓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국민들은 공무원 조기퇴직보다 임금 상승에 따른 국가재정 부담과 물가 상승을 걱정한다. 민원인은 줄어드는데 갈수록 으리으리해지는 행정청사, 117만명에 달하는 공무원 수, 국가부채의 절반이 넘는 연금충당부채 등 지금 공직사회는 처우 개선보다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양영석 (지방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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