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작은 잔치라도 열자- 양영석(문화체육부장)

기사입력 : 2024-10-23 19:16:54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 보름이 지났지만 가슴 벅찬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수상은 한국문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한국문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으며, 오랜 기간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문단에 신선한 활력을 줬다.

서구 중심으로 흘러왔던 세계 문학의 지도를 다시 그렸다. K무비, K드라마, K팝을 필두로 한 대중문화가 세계 중심에 올라선 데 반해 언어의 벽을 깨지 못해 오랜 기간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단번에 진입했다. 아시아 작가의 수상이 뜸했던 시기에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 문단은 노벨상 시즌마다 고은, 황석영 등을 유력 후보로 올렸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셔 오다 이번 수상으로 한을 풀었다.

그들을 비롯한 국내 문인들의 노작(勞作)들이 한강의 작품에 자양분이 된 것은 분명하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고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 그는 “내가 어릴 때 옛 작가들은 집단적인 존재였다. 그들은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단호하다.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내 영감이 됐다”고 했다.

그 말대로 수많은 작가들의 노력과 열정이 축적돼 만들어낸 결실이라면 한국 문단 전체의 경사다.

하지만 한강은 잔치는 물론 기자회견도 사양했다. 전쟁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날마다 수많은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무자비한 국가권력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감싸 안으려는 연민이 느껴진다. 그것은 인류애, 혹은 인간 존중이리라.

그 뜻에 수긍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뭔가 아쉽고 허전하다. 작은 잔치라도 열어야 하지 않을까.

한 집안 경사가 생겼을 때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즐기고 축하하는 것은 예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이다.

이런 일이 아니면 언제 한자리에 모여 기쁨을 나누겠는가.

더욱이 사회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는 문학의 힘은 사회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고,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축하 자리를 마련해 미래를 향한 희망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기원하고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

가까운 일본은 25명, 중국도 3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이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경쟁력이 다른 나라에 뒤처진다는 방증이다. 이공계 기피와 의대 선호로 인한 우수 인력 이탈, 과학기술 예산 부족 등 기초과학 홀대 탓이다.

그 결과 국내 1위 기업마저 혁신을 잃고 앞날을 장담 못하는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도 모른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이 우리 정서를 풍요롭게 한다면 노벨 과학상 기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자손손 먹거리가 될 수 있다.

한강 수상으로 한민족 지성의 저력이 입증된 만큼 노벨 과학상 수상도 머지않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 부흥의 서막을 열자.

양영석(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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