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운명의 장난- 양영석(문화체육부장)

기사입력 : 2024-11-06 21:29:37

소설 〈삼국지연의〉에 상방곡 전투가 나온다. 234년 제갈량이 북벌에 나서 위수를 사이에 두고 위나라 대도독 사마의와 대치했다. 사마의가 성에 틀어박혀 수비만 하자 제갈량은 사마의를 유인해 화공을 펼쳐 몰살 직전까지 몰아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비가 내려 사마의를 살려 보내고 말았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제갈량은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불가강야(不可强也)’라고 탄식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되 일을 이루게 하는 것은 하늘이어서 강제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2024 MLB 월드시리즈 5차전. 5회초 5-0으로 앞서던 양키스 애런 저지가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를 놓쳤다. 이어 무사 1·2루에서 병살타성 타구를 유격수 볼피가 잡아 3루에 던졌는데 송구 실책으로 무사만루가 됐다. 수비 불안에도 침착하게 두 타자를 잡은 에릭 콜이 이번에는 1루수 땅볼에 베이스 커버를 하지 않아 아웃시키지 못했다. 이후 경기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다. 순식간에 5-5 동점이 됐고 역전까지 허용했다. 결국 다저스가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누구나 철저한 계획과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역사 속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제갈량은 뛰어난 지략가였지만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저지, 콜은 수많은 경험을 쌓은 최고의 선수들이었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승리를 내줬다.

▼모든 결과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실패를 겪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패를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하늘은 스스로 애쓰는 자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양영석(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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