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창(窓)-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기사입력 : 2025-03-03 20:55:51

“무슨 당에도 상관이 없고, 상하 귀천을 달리 대접하지 아니하고~(이하 생략).” “백성이 정부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아시면 피차에 유익한 일이 많이 있을 터이요(중략), 모두 언문으로 쓰기는 남녀 상하 귀천이 모두 보게 함이요. 구절을 떼여 쓰기는 알아보기 쉽게 함이라.” 1896년 4월 7일 한국 최초 신문 ‘독립신문’의 창간사와 창간 사설입니다.

▼한글로 귀천 없이 읽고, 띄어쓰기로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 이를 통해 국민이 세상을 멀리 보고 알도록 계몽하는 것, 그것이 독립신문의 창간정신일 것입니다. 뜬금없이 독립신문을 끌어온 것은 지난 3월 1일이 경남신문의 창간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정신을 되새김질할 위기가 오늘날 신문과 신문인 앞에 놓여 있다는 절박함, 나아가 그 사설이 경남신문이 나아갈 길을 적시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반성문을 씁니다. 문맹인이 거의 없으니 읽게 하는 것은 이제 끝난 듯합니다만,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노력은 제 자신도 부끄러움을 느낄 만큼 갈 길이 멉니다. 서러운 이웃에게 사실을 사실대로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창(窓)’의 역할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도민의 이익과 안위에 충실히 하고자 그 길을 걷고 있으며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변명하면서, 관심을 호소합니다. 공정보도위원회, 독자위원회 등 내외부의 틀로써 되새김질하면서 하루하루 엄중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치·이념은 숙제입니다만, 경남에서 경남의 지역신문이 사라지면 경남의 이익을 지키면서 오롯이 책임을 수행할 ‘창’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 재난 등 위기에서 그 현장과 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할 창이 없다면 그 미래는 어떻겠습니까. 그 창에 먼지가 앉지 않도록 쓴소리와 칭찬이라는 독자님의 관심이 ‘100년 경남신문’을 만들 것입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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