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22대 국회여, 부디 국민을 위해 일하라- 이준희(정치부장)

오늘(28일)은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오늘 가장 뜨거운 쟁점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10번째 거부권,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에 따른 국회의 재의결 결과일 것이다. 여야 간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대립과 4년 내내 이어진 정쟁을 지겹도록 보여준 제21대 국회는 지난 4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활활 타오르다 종결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토록 뜨거웠던 제21대 국회는 맡겨진 임무 수행에도 열정적이었을까? 전혀 아니다. 국회 의안 통계를 보면 27일 현재 제21대 국회 접수의안 중 법률안은 총 2만5847건인데 이 중 처리된 법률안은 9453건, 36.5%에 불과하다. 역대 최다 발의, 최저 처리라는 오명을 남겼다. 직전 제20대 국회 법률안 처리율은 37.9%, 제19대 44.9%, 제18대 54.7%, 제17대 57.8%, 제16대 69.9%였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이며 입법부라는 기능에 매우 불충실했다고 하겠다.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미처리 법률안 1만6394건은 29일 21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이 중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의안만 약 1700건이다.
자동 폐기될 처지인 법률안 중에는 부모에게 학대당한 미성년 자녀가 직접 친권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아동의 권리를 강화한 ‘정인이법(가사소송법 전부개정안)’, 교제폭력 사고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데이트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육아휴직 기간 연장 등을 담은 ‘모성보호3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월세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서민 대상 전세 사기 및 보이스피싱 등 특정재산 범죄에 가중 처벌하기 위한 특정경제범죄법 개정안, 교권침해행위 발생 시 학교장 외 피해교원 등이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알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 등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경남 현안과 관련해서는 남해안권 관광진흥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남해안권 관광산업 발전 특별법안’, 방산부품연구원 설립을 위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거창사건 관련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금 등 지급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거창사건 특별법 개정안’, 낙동강 녹조 대응 전담기관인 녹조지원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물환경보전법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각 법률안은 개인의 희생과 피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손실을 대가로 치르며 더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대책이며, 국민의 대리인을 자처한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국가를 지키겠다며 입법부로서 내놓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국회는 국민과 스스로를 배신하고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
위정자(爲政者)들이 주어진 임무를 방관하고 정쟁에만 몰두한 결과는 국민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연간 세비 8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회의원이 300명, 국회 운영비용까지 생각한다면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실컷 법률안을 발의해 놓고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행정·재정 낭비는 또 얼마나 심각한가.
5월 30일 새로운 국회가 개원한다. “국민의 일꾼이 되겠다”던 제22대 당선자들이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하는지 우리는 매섭게 지켜봐야 한다. 22대 국회여, 제발 국민을 위해 일하라.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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