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옥석과 돌덩이- 이준희(정치부장)

기사입력 : 2024-07-22 19:24:28

“옛날 우리 선조대왕께서 하교하기를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여 기우는 데 있어 방지를 따지지 않는 것인데 인신이 충성을 바침에 있어서 어찌 반드시 정적에게만 해당하겠는가”(정조실록 1777년 3월 21일). 이 글을 풀이하면 해바라기가 해를 향할 때 본가지, 겉가지를 가리지 않는데 사람이 충성할 때 적장자만 충성하고 서얼은 충성을 못 하는 것인가라는 뜻이다. 정조는 1777년 정유절목을 반포해 능력은 있지만 ‘서얼’이라는 신분 때문에 관직에 오르지 못한 이들을 등용해 귀히 여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재를 구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등용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귀한 옥석이라도 흙 속에 묻힌 옥석을 알아보지 못하면 한낱 돌덩이에 지나지 않지만, 그 진가를 알아보고 갈고닦으면 귀한 보석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면 그저 그런 사람에 그치겠지만 그의 숨은 재능과 가치를 알아보는 리더라면 그 사람의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하나는 어렵게 발굴한 인재를 조직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가 조직을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문다는 것은 그 조직의 미래가 밝다는 것이다. 물론 인재를 한 조직에 오래 머물게 하려면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좋은 근무 조건과 고연봉, 조직의 미래, 인재에 대한 예우 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더가 얼마나 인재를 가치 있게 여기느냐 하는 것이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군림하려는 리더에게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온전히 바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알아주고 신뢰를 바탕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직원 존중의 가치를 실현할 때 그들은 온몸을 바쳐 충성할 것이다. 존중은 사람을 대하는 기본이자 리더십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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