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모두가 경남 도민이다- 이준희(정치부장)

기사입력 : 2024-07-31 19:24:15

고된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 편히 쉴 수 있는 내 집이 있다는 것은 삶의 큰 위안이자 행복이다.

집은 인간이 안정적이고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누구나 내 집 갖는 것을 평생의 꿈으로 삼는다. 그런데 만약 분양받은 새집 입주가 무산된다면, 언제 입주할지 알 수도 없고,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면 당신은 어쩌겠는가. 일상이 지옥이 되는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름 아닌 창원 현동 공공주택 입주예정자들에게 일어난 실제 상황이다. 입주는 벌써 세 번째 미뤄졌고 경남개발공사의 무책임과 경남도의 무관심 속에 이들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창원 현동 공공주택 입주 지연 문제와 관련해 경상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는 지난 15일 후반기 원 구성 후 가진 첫 임시회에서 이례적으로 경남개발공사의 주요업무보고를 이틀 동안 받았다.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경남개발공사가 입주 지연 사태의 심각성, 입주예정자의 피해를 가벼이 보고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창원 현동 공공주택은 경상남도의 출자출연기관인 경남개발공사가 지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기 위하여 도내 무주택자에게 제공하고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에 12개 동 1159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경남개발공사와 시공사의 주장대로 예기치 못한 악재가 있기는 했다. 코로나19, 국제전쟁에 따른 유가급등과 레미콘 수급 차질 등 원자재 확보 문제, 유독 길었던 장마 등으로 인해 공사 준공이 몇 차례 미뤄지며 입주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률 92% 상황에서 지난 6월 11일 대표 시공사인 남양건설이 광주지법에 기업회생 신청으로 공사 현장의 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연내 입주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이 단지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이었을까? 정말 전혀 대비할 수 없었던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비슷한 시기 공사를 하는 전국의 모든 현장이 몇 차례 준공 연기 사태를 발생시키지는 않았다.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첫 준공심사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 공사의 대처가 적절하지 못했고, 이 같은 사실과 예측되는 문제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입주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기와 다름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5월, 8월 두 차례 입주 지연도 모자라 3차 지연은 시기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입주예정자들은 황당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이들의 잘못은 그저 지방공기업인 경남개발공사를 믿고 분양·임대 계약을 체결했고, 또한 경남개발공사를 믿고 다소 늦어지더라도 내 집에 하루빨리 들어갈 수 있길 바라며 기다린 것뿐이다. 사태가 악화되자 분양 310세대 중 192세대, 임대 382세대 중 137세대가 계약 해지 의사를 밝힌(지난 30일 기준 ) 상태다. 3차 입주 연기 이후 계약 해지는 지난 22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남개발공사의 무책임도 문제지만 뒷짐만 지고 있는 경남도의 무관심도 짚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경남도는 이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경남개발공사 설치 조례’ 제36조는 ‘도지사가 공사의 업무를 감독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예산, 결산, 재정지원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경남도는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사태 해결에 적극 개입하고 피해구제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입주 지연 피해자도, 남양건설의 부도 후 공사를 맡게 된 시공사도, 하도급업체 등 관련자 모두가 경남도민이기 때문이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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