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국가란 무엇인가- 이준희(정치부장)

유시민 작가는 ‘국가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종류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며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행동하는 국가”가 훌륭한 국가라고 했다. 그리고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시민들이다”라고 했다.
2024년 12월 3일부터 11일간 마치 영화처럼 전개되었던 계엄과 탄핵 정국 속을 헤쳐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급작스러운 비상계엄과 계엄 해제 직후부터 탄핵안 통과를 거쳐 지금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각종 불법행위의 전모를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는다. 자신의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획책했던 무책임한 행동이 대한민국에 가져온 안보·외교·경제적 위협을 생각하면 그날 밤 포고령에 들어있던 ‘처단’이란 단어를 그들을 향해 되돌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수많은 국민의 피와 희생으로 세워 올린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한 번에 무너뜨릴 뻔한, 5000만 국민을 전쟁 발발 위험으로 몰아넣을 뻔한 윤석열과 그 세력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에게 국가란 무엇이며 국민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탄핵안 표결 불참에 이어 지난 14일에도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에게는 국가보다 정당이 앞서고 유권자는 단지 선거철에 잠시 바짝 엎드렸다 군림해도 되는 그런 존재이냐고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국회 개원식에서 다음과 같이 선서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 헌법 제69조.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 국회법 제24조
국헌을 위반하고 국가와 국민을 향해 한 맹세를 깨버린 대가는 준엄할 것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국가를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아넣고, 이를 구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냈으며 땅에 떨어진 국가의 위신을 다시 세운 것은 또다시 국민이었다. 전 세계가 주목한 ‘K-집회’의 역사를 만들어 낸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 혼란과 혼돈으로 어지러웠던 지난 10여 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창원광장에서, 광주 금남로에서, 대구 동성로에서, 제주시청 앞에서 춤췄던 탄핵봉의 물결 속에서 국민은 명징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훌륭하고 좋은 국가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주권자인 국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저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고 무신경할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국가를 위해 주권자의 마땅한 권리와 의무를 알고 함께 연대하여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며,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고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나를 위해, 내 가족과 이웃을 위해 우리는 스스로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훌륭한 시민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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