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인재 역설- 이준희 (정치부장)

기사입력 : 2024-12-30 08:06:32

하루가 멀다 하고 젊은이들이 보다 나은 새 직장을 찾아 길을 떠난다. 아직은 젊고 패기가 넘치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되뇌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남은 이의 가슴은 쓰리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겠지만 함께한 세월이 있기에 그만큼 애증도 깊다.

▼회사마다 인재들이 떠나는 ‘이직 현실’에 냉가슴을 앓는다. 그래서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능력 중 중요한 하나가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한 조직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재들은 좋은 근무 조건과 연봉, 조직의 미래 등을 보고 그 회사에 얼마나 머물지를 판단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리더가 얼마나 그 인재를 알아보고 아끼며 가치 있는 인재로 키워 내는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의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 세 가지 사건 중 하나인 ‘목인해 사건’을 보면 평양군(개국공신 조준의 아들)을 심문한 맹사성이 태종의 미움을 받아 사형의 위기에 처한다. 이때 황희는 맹사성을 죽이는 것이 부당하다고 역설하며 “작은 나무 기둥 하나를 얻으려 해도 십 년을 키워야 하듯 훌륭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재는 한 번 잃기는 쉬우나 다시 얻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며 왕을 만류한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인재를 등용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한 국가의 장래를 위해 리더가 꼭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맹자는 훌륭한 왕은 인재를 알아보고 그 인재를 오래 머물게 할 줄 아는 사람으로 ‘호선망세’를 강조했다. 자신이 아끼는 인재 앞에서 옳은 가치를 중요시하고 자신의 지위와 권세를 잊는다는 뜻으로, 도덕성을 중시하고 자신의 권세를 잊은 리더 옆에 훌륭한 인재가 오래 머문다는 의미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군림하려는 리더에게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온전히 바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준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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