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육아- 주재옥(편집부 차장대우)

‘삼둥이 아빠’ 배우 송일국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와 한 예능에 출연했다. “육아로 작품의 공백기가 길어진 것 아니냐”라고 MC가 묻자, 그는 “인생의 목표가 좋은 남편,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내 일에 충실하며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로 바빴다면 스쳐 지나갔을 시간을 아이와 보내고 기록도 남겼다. 그런 선물을 가진 부모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육아관처럼 누군가를 지켜내는 일의 가치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요즘 부모에게 육아는 삶의 일부가 아닌 인생 과제다. 학위를 따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듯 끝없이 문제를 풀어나간다. 육아를 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육아 퇴근’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육아와 시간을 구분 짓고 부모로서의 자신과 아이와의 정체성을 분리시킨다. 송길영의 책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을 보면, ‘엄마’를 대신하는 산업이 등장한다. 빨래는 빨래방이, 음식은 배달 앱이 맡는다. 소위 ‘엄마의 아웃소싱’이 시작된 것이다. 효율성을 따지게 된 요즘 육아는 ‘당연한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일’이 됐다.
▼심리학에는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개념이 있다.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는 엄마보다, 편안함과 적정 수준의 좌절을 주고 이겨 내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엄마가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조선미 아주대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에게 최선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어진다. 아이 곁에만 있어도 좋은 부모”라고 말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라는 정답 없는 질문에 영원히 직면하는 것이 육아다. 〈그럼에도 육아〉의 저자 정지우는 “신은 우리에게 잠시 온 영혼을 고갈시키듯이 사랑하라고 아이가 있는 한 시절을 준다”고 했다. 육아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라면, 다름 아닌 아이 그 자체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하나의 우주를 경험한다. 그 사랑의 시절을 겪으며 세상의 부모는 어른이 되어 간다.
주재옥(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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