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책 파도’ 넘어 ‘지혜의 바다’ 유영하는 곳
폐교된 ‘김해 주촌초’ 리모델링
‘벽면 서가’ 상징성 담아 시공
도서관 용도변경 후 2019년 개관
기존 체육관·교사동 공간 활용
레고·공룡방 등 책 놀이공간 구성
문화체험 강좌실· 북카페도 갖춰
최근 우리나라는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도심의 변화에 따른 인구이동으로 인하여 학교가 이전되고, 폐교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은 오랜 역사를 지닌 주촌초등학교(1931년 개교)가 이전되고 기존 건물을 폐교함에 따라 초등학교를 도서관으로 ‘용도변경’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독서문화 공간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이다.

폐교된 김해 주촌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사진은 벽면에 빼곡하게 채워진 바다동 3층 서가 전경.

폐교된 김해 주촌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건축설명(도서관, 용도변경, 리모델링)= 먼저, 용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도서관’은 지식 및 정보 등을 전달하기 위해 도서, 기록물 등의 전달재를 수집, 정리, 보존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을 말하며 건축법상 교육연구시설로 분류된다.
‘용도변경’이라 함은 건축법상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가 정해져 있는데 건축허가 및 신고 또는 사용승인(준공)을 받은 용도를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토지에는 건축 관계법령에 따라 건축할 수 있는 용도가 정해져 있어 기존 용도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 예정이라면 필히 건축사에게 용도변경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이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리모델링’이라 함은 통상 낡은 건물을 고치는 일로 건물의 기본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인테리어나 구조 등을 수선하는 것을 말하는데, 건축법상의 ‘리모델링’이란 건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하여 대수선하거나, 건축물의 일부를 증축 또는 개축하는 행위를 말한다. 건축물 리모델링 예정이 있다면 건축법상의 리모델링에 해당되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해당 시에는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관련 절차를 거친 뒤 리모델링 공사를 해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용도변경과 리모델링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가벼이 여겨 절차를 무시할 경우 불법건축물이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건축사에게 문의하는 등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건축물은 그 기능에 따라 디자인된다. 학교에서 도서관으로의 탈바꿈은 용도에 적합한 기능을 가진 건축물이어야 하며, 신축건물이 아니기에 구조적인 제약이 많으므로 안전한 구조변경을 전제로 하는 리모델링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져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공간이 조성되어야 하며, 공공의 역할에 적합한 공간미를 갖추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바다동 2층 초입.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바다동 1층 방풍실 서가인테리어.
◇설계 의도= 지혜의바다도서관은 폐교를 활용하여 기존의 공공도서관과 차별화된 복합 독서문화공간 조성을 목표로 경상남도교육청에서 발주하여 진행됐고,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이전에 마산지혜의바다도서관이 건축되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었다.
계획건물은 자연녹지지역에 위치하고, 대중교통 및 도보 접근성이 떨어져 기존 학교운동장을 주차장으로 변경하여 최대한 주차면수를 확보하였고, 7m차로를 계획하여 소방동선 및 주차 쾌적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다양한 문화체험 및 휴게 등을 고려, 오픈스페이스(독서데크마당, 잔디마당, 야외무대, 지혜쉼터)를 대로변에 이격하여 연계 배치하고, 주차동선과 분리하여 계획했다.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바다동1층 물결전시서가.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바다동1층 어린이열람실.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바다동 변경전후.
기존의 체육관동은 ‘바다동’으로 리모델링하였는데, 지상 1층은 방문자 동선과 이용성을 고려하여 어린이자료실을 계획하고, 기존 식당과 필로티 계단의 단차를 이용하여 아이들이 앉거나 엎드려 책을 볼 수 있고, 소규모 그룹활동이 가능한 개방식 계단형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바다동 입구에 전시서가를 계획하여 ‘시각적인 책’의 이미지를 느끼게 하고자 동선의 초입에 배치했다. 또한 아이들의 흥미 유발을 위해 레고방, 공룡방, 등대방 등 책을 놀이처럼 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여 아이들이 책과 친근해지는 것을 기대하였다.
지상 2층은 기존 체육관의 높은 층고를 활용, 중층 수직 증축을 하여 3층을 계획하고, 무대를 중심으로 감싸는 ‘ㄷ자’ 평면 형태로 평상시에는 열람공간으로, 강연이나 공연 시는 몰입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피난동선을 고려하여 3층으로 연속되는 직통계단을 수직증축하고, 기존 옥외계단과 연계되는 실내계단을 계획하여 양방향으로 비상시 대피 가능하게 설계했다.
마산지혜의바다도서관의 벽면을 둘러싼 웅장한 벽면서가 콘셉트는 그대로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에 적용되어 반영되었다. 별마당도서관, 지혜의 숲과 같이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 인테리어는 책으로 만들어진 공간 이미지가 사람을 압도하게 만들어 그 공간을 웅장하게 느끼게 하는 것을 기대했다.
기존 교사동은 ‘지혜동’으로 리모델링하여 문화체험 및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수용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하고, 방음 및 차음 등 실의 기능에 맞는 건축재료를 선정했다.
기존 교사동의 주출입구를 확장해 개방감 있는 진입 공간을 구성했으며, 방문자의 동선 및 접근성을 고려하여, 바다동과 인접한 부분에 북카페를 계획하여 이용성을 높였다. 김해 우수기업 홍보를 위한 공간을 주출입구 및 북카페에 인접시켜 지역주민들에게 홍보 기능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입면 콘셉트는 서고에 꽂혀 있는 책과 같이 수직성을 강조한 건축재료 및 루버를 사용하여 계획하였으며, 지면에서 바라봤을 때 옥상에 설치된 실외기가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교육시설 안전기준에 옥상 난간이 설치되어야 하므로, 외벽 마감을 옥상 바닥에서 1.2m 높이로 마감하여 안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입면 요소로 반영하였다.
위와 같이 정리되는 설계 의도는 건축사가 교육청 시설과 담당자와 협의 과정을 거쳐 합리적이며 창의적인 공간을 기획하고, 협력업체와 협의 과정을 통해 구체화시킨다.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지혜동 2층 계단.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지혜동 1층 기업사랑방.
◇설계 및 시공 과정의 스토리=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의 설계 및 시공 기간은 1차, 2차로 구분되어 진행됐다.
건축설계는 건축주(발주처)와 설계자 간의 공간에 대한 수많은 의견 교환과 협의를 거쳐 설계자가 공간을 합리화하고 도출해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적정한 설계기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본 프로젝트는 개관 날짜가 정해져 있어 설계 기간이 상당히 촉박했다. 여기에 더해 준공 연도가 오래된 기존 교사동은 도면이 없었다. 촉박한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실측 및 철거도면 작성팀과 리모델링 설계팀으로 나눠 투트랙으로 설계를 진행하였고, 오래된 건축물의 구조성능 확보를 위해 내진성능 평가와 구조보강 설계를 반영하여 철거 부분 및 구조보강 부분을 파악한 뒤 공간의 변화가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고려하여 공간과 입면을 계획하였다.
건축사는 설계를 진행하면서 예산을 염두에 두고 적합한 재료 선정과 공사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신축건물은 최근 사례를 통해 ‘㎡당 공사비’를 예측 가능하지만, 리모델링공사는 철거부분, 구조보강부분, 인테리어, 익스테리어에 따라 공사비 예측이 어렵고 시간에 쫓겨 발주처의 요구대로 전체 리모델링 설계를 해야만 했다. 실시설계도면에 따라 적산(공사에 필요한 재료 및 품의 수량을 산출하는 일)한 결과, 전체 건물을 리모델링하기에는 공사비가 턱없이 모자랐고, 예산에 맞추어 바다동 내부 전체 리모델링, 외장은 일부 재료교체만 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그치게 되고, 지혜동 전체 규모의 4분의 1 정도만 1차 공사분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그간의 노력과 시간이 허탈하게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지혜동 1층 카페테리아.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지혜동 입면.
‘지혜의바다’의 상징적인 벽면 서가는 서가 전문시공자와 고정철물 및 서가 형태를 협의하여 설계하였으며, 시공 단계에서는 기존 벽면 마감재 철거 후 벽면 실측 및 구배 컨디션을 검토하고, 건축구조기술사와 협력하여 서가 보강재 및 고정철물을 결정한 후 시공하였다.
이렇게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1차 리모델링공사는 마무리되고, 2019년12월11일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이 개관하게 된다. 1차 개관이 된 후 지리적인 위치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었고, 도서관을 기반으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 후 3년 뒤 미완으로 남아 있던 지혜동을 2023년 12월에 리모델링공사를 완료하여 재개관되었다. 바쁘게 달려온 1,2차 공사가 큰 문제없이 마무리되었으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고를 형상화한 파사드 디자인이 설계도서와 달리 일률적인 간격으로 수직 반복되어 시공되어 있고, 예산이 부족해 바다동의 입면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리모델링 공사는 구조보강문제, 제한된 평단면 계획 등으로 신축공사 대비 설계 및 시공이 자유롭지 못한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노후화되어 기능을 상실한 건축물을 ‘리모델링’ 과정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면 그 공간은 다시 그 기능을 회복, 발전시켜 그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더 나아가 도시재생 등 공공성 확보와 지역사회 및 건축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폐교의 리모델링으로 김해 시민은 물론이고 도민들이 ‘지혜의 공간’을 자유로이 ‘항해’해 보길 기대한다.
◇도민 이용정보=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도로명주소는 ‘경상남도 김해시 주촌면 서부로 1541번길8’, 휴관일은 법정공휴일(일요일 정상운영), 매월 두 번째 월요일이 정기 휴관일이며, 이용 시간은 바다동 1층 어린이열람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2, 3층 열람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김민성 창건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사
김민성 창건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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