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습관- 주재옥 (편집부 차장대우)

한강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할 당시 썼던 ‘옥색 찻잔’을 노벨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는 “하루에 예닐곱 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면서 “찻잔은 계속해서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찻잔을 기증한 이유는 단순명료했다.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자 습관을 보여주는 가장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는 고객을 응대하는 라테(Latte) 법칙이 있다. Latte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이 법칙엔 ‘고객의 말을 귀담아 듣고(Listen), 고객의 불만을 인정하며(Acknowledge),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을 취하고(Take action), 고객에게 감사하며(Thank), 문제가 일어났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라(Explain)’는 5가지 전략이 담겨 있다. 곤란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반복행동을 ‘습관’으로 훈련시켜, ‘관습’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습관의 힘〉을 쓴 찰스 두히그는 습관을 ‘어떤 시점에는 의식적으로 결정하지만, 얼마 후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거의 매일 반복하는 선택’이라고 했다. 듀크 대학교 연구진은 “우리가 하는 행동의 40%가 습관으로 결정된다”라고 했다. 습관과 무의식의 압축된 결과물이 삶이 되는 것이다.
▼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겪었다.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혼돈의 시간’에서, 계엄의 참상을 소설로 쓴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응원봉을 든 2030세대의 외침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직면했던 44년 전 광주와 닿아있다. 미국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적인 ‘마음의 습관’을 지닌 시민 힘으로 살아난다”고 했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현재진행형이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다’고 했던 한강의 깨달음처럼, 세대로 이어지는 ‘마음의 습관’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다.
주재옥 (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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