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법-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젊을 때 비해 나이가 들면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간다고들 하셨다. 한 귀로 흘렸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른들의 말씀을 새삼 체감하고 있다. 30대에 느꼈던 시간과 40대와 50대에 느끼는 시간의 속도가 확연하게 다르다.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린다. 이게 사실이었나보다. 프랑스 심리학자 폴 자네가 나이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폴 자네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점점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착각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 경험하는 비율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경험이 적은 만큼 인생 전체가 전부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시간이 길지만 나이가 들면 이미 경험한 것들이 많고 반복된 일상으로 인해 새로운 경험이 적고, 기억할 새로운 사건이 줄어들어 시간이 더 빨리 지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폴 자네의 이런 연구를 ‘자네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1세 어린이가 체감하는 1년을 365일이라고 가정하면 10세는 1년이 36.5일로 느껴지고, 20세는 18.3일, 40세는 9.1일로 느껴지다가 50세는 7.3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한다. 80대 이상은 1년이 4.6일처럼 짧게 느껴진다고 한다. 신진대사가 활발하면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신진대사가 느려지면 시간은 가속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만드는 방법은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사소하지만 매일 다니는 통근 경로도 바꿔 보고, 평소 안 먹든 음식을 먹는 등 색다른 체험이나 일상의 패턴을 바꿔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안정을 추구하지만 예측 가능한 하루가 아닌 처음 사는 하루처럼, 혹은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뇌와 오감을 자극하는 활기찬 하루가 시간에 쫓기는 내가 아닌 시간을 지배하는 내가 되는 것 같다.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