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서울대를 경남으로 옮긴다고?-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정부가 서울대를 경남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 문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누군가는 말이 안 된다며 무시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집중할지 모른다. 짐작컨대 두 사람 중엔 후자가 이 내용을 더 믿고 싶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믿고 싶은 마음’을 동력 삼아 확산되는 가짜뉴스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은 뉴스, 허위 사실을 자극적으로 표현한 뉴스, ‘카더라 통신’을 받아쓰기 한 뉴스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 가짜뉴스들은 사람들의 오해와 확증편향 속에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계엄사태를 기점으로 양극화된 정치 가짜뉴스가 사회 갈등을 극대화하고 있다. 서로가 거짓말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가운데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가 잦다. 불안정한 정국 속에 가짜의 힘은 더 부풀려지고, 진실을 말하는 목소리가 무력해지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짜뉴스를 믿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스스로 중립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일수록 가짜뉴스를 더 믿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제프리 코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국제 학술지 ‘실험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 조사에 참여한 다수의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춰 가짜뉴스와 진짜 뉴스를 판가름했다. 이는 성별, 교육과 소득 수준과는 무관했다. 연구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투표를 앞둔 2020년 무렵, 180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짜와 가짜 뉴스를 분류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 참가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는 뉴스가 진짜라고 판단하면서도 자신의 판단에 정치적 편향이 없음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를 ‘편리한 정확성’이라고 불렀다. 뉴스의 정확성을 판단할 때 추론의 결과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흐를 때 더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참가자에게 어떤 뉴스 헤드라인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묻자 대부분 가짜 뉴스의 헤드라인을 먼저 꼽았고, 자신의 성향과 일치하는 뉴스의 헤드라인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을 견제할 제도적 방안은 없을까. 국내에는 정보통신망법, 형법 등을 통해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제 집행력이 부족하거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가짜뉴스 규제 강화에 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가질 경우 정치적 악용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가짜뉴스 확산의 온상인 대형 플랫폼의 가짜뉴스 확산 방지 의무를 강화해야 하지만, 국내는 물론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우리가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려는 노력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순간, 누구나 가짜뉴스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소비와 확산만으로도 가해가 될 수 있고, 그 피해의 크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모든 인간은 늘 합리적일 수 없고, 성향이나 정보에 따라 잘못된 믿음에 빠지기 쉽다. 특히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은 그 잘못된 믿음을 견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뉴스의 정보와 우리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먼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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