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약육강식의 시대… 우리는 어디에-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기사입력 : 2025-03-03 20:55:51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설전을 벌인 끝에 중단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설전이라고는 하지만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공격이었고, 우크라이나는 자존심이 뭉개질 만큼 굴욕을 당한 회담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3년간 전쟁 중으로 미국과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의 지원을 받으며 근근이 버티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협상한다고 밝히면서 전쟁 종식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은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고 러시아와 협상을 진행하려 하면서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협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우크라이나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당사자인 자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했지만, 전쟁에 엄청난 재정적 지원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판이하게 달랐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대등하게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미국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태위태하던 정상회담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고, 미국의 지원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우크라이나는 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미국은 한술 더 떠서 “전쟁을 끝낼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남의 나라 대통령을 갈아치우자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굴욕적인 종전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전쟁에서 패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렸다. 상황으로 봐서는 앞으로 젤렌스키가 트럼프에게 백기를 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다른 나라 간의 협상에 의해 좌지우지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두 정상 간 회담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군사와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우크라이나와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주둔 부담금 증액이나 관세부과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900번이 넘는 외세침략을 당했다. 구한말에는 주변 열강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었으며, 6·25전쟁 후 정전협정에서도 우리의 의사가 배제된 채 결정되기도 했다. 힘없는 국가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미국 위주의 일방적인 정책을 펴면서 약소국을 패싱하고 강대국 간의 거래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 파행 이후 유럽에서도 자강론(自强論)이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나 군사력에서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어느 나라도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독자적으로 힘을 가진 위치에 있지는 않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 국제질서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세계 정세는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국내 현실은 계엄과 탄핵, 분열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좌우의 정치이념이 아닌 생존을 위한 국민적 합의가 절실하다.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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