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허리띠 꽉 아껴 산다
욜로에서 요노로… 달라진 2030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실용적 소비 ‘요노’ 확산
불필요한 소비 줄여 저축
외식 줄이고 집에서 요리
고가커피 대신 저가커피
수입차 대신 국산차 구입
유통업계도 ‘요노족’ 공략
초저가 상품 출시 잇달아

#4년차 직장인 김수현(31)씨는 최근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입사 이후 계획 없이 지출하던 자신의 소비 패턴을 파악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과소비를 인지한 이후 그는 퇴근 후 습관적으로 들렀던 드러그스토어에 발길을 끊었다. 배달음식 대신 식재료를 구매해 직접 요리를 해먹고, 유행하는 옷과 가방이 있더라도 예전처럼 단번에 구매하지 않는다. 그는 “퇴근한 뒤 무의식적으로 드러그스토어에 들러 필요 없는 화장품을 사고,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었다”며 “이제는 불필요하게 썼던 돈을 모아 운동, 여행 등 꼭 필요한 곳에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욜로’ 가고 ‘요노’ 왔다= 인생은 한 번뿐, ‘욜로(You Only Live Once)’를 지향하던 2030세대의 소비 습관이 변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물건만 구입해 알뜰하고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요노’(You Only Need One)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까지 2030세대 소비 트렌드를 지칭해온 키워드는 ‘욜로’였다. 욜로족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한 끼에 수십만원을 지불하는 ‘오마카세’ 열풍부터 ‘호캉스’, ‘플렉스’ 등 과시적인 소비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자 젊은층들은 소비 자체를 크게 줄이고, 꼭 필요한 것에만 지갑을 여는 실속 있는 소비 형태를 보이고 있다.

◇꼭 필요한 것만, 실속 있게= NH농협은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30세대의 액세서리점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2030세대 제외 다른 연령대에서 1%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계전문점, 기타숙박업에서도 각 14%, 13% 줄었다.
외식 소비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2030세대의 상반기 뷔페 소비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 줄고 양식 업종 외식은 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에서는 각각 9%, 4% 증가했다. 특히 2030세대의 커피 소비 부문에서 가격대별 온도차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2030세대의 고가 커피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반면 저가커피는 12% 증가했다.
대신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해 먹는 간편식 소비가 늘었다. 상반기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2030세대의 간편식 소비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의 간편식 소비 증가율(11%) 대비 두 배에 가깝다.
요노형 소비는 수입차 구매에서도 확인된다. 상반기 2030세대의 수입차 판매점 소비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반면 다른 연령대에서는 3% 감소하는 데 그쳤다. 대신 국산차 판매점 소비가 같은 기간 대비 34% 늘었다. 2030세대의 중고차 판매점 소비 역시 29% 증가했다. 2030세대의 택시 이용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21% 줄면서 다른 연령대(-3%)보다 감소 폭이 컸다.
실제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욜로보다 요노 소비를 지향한다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537명에게 추구하는 소비 형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7명(71.7%)이 최소한의 소비를 하는 요노를 지향한다고 답했다. 욜로를 추구한다는 응답은 25.9%에 불과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 57.3%가 절약하는 소비를 한다는 답변과 비교해 보면 1년 사이 Z세대의 저소비 트렌드가 더욱 확산됐음을 체감할 수 있다.
요노를 추구하는 Z세대는 ‘형편에 맞는 소비가 바람직하다(45.2%, 복수응답)’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지출에 비해 소득이 부족한 상황이라서(33.2%) △노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31.2%) △금리, 물가 인상 등으로 지출이 대폭 늘어서(28.1%) △등록금, 여행 등을 위한 목돈을 모으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26.5%) 등의 이유로 요노와 같은 저소비 트렌드를 좇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를 가장 줄이는 항목으로는 ‘식비(36.9%)’가 1위를 차지했다. △의류, 신발, 미용 등 품위유지비(32.2%) △문화·여가비(17.1%) △교통·통신비(5.7%) △주거비(3.1%) 등이 뒤를 이었다.
◇유통업계도 요노족 공략 중=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요노족을 공략해 1000원짜리 초저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추세다. 먼저 오리온은 포카칩·스윙칩·꼬북칩부터 신제품 뉴룽지까지 인기 스낵 7종을 1000원에 판매한다. 오리온이 1000원 균일가 스낵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던 66g짜리 포카칩(1500원)을 50g으로 줄이고, 가격을 1000원으로 맞췄다.
이달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1000원짜리 스페인산 맥주와 덴마크산 맥주를 판매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앞서 지난 4월과 6월 1000원에 판매한 두 맥주는 출시 5일 만에 20만개와 25만개가 완판된 바 있다.
신선식품에서도 초저가가 눈에 띈다. SSG닷컴은 깐마늘과 대파, 참타리버섯 등 요리 재료를 1000원 균일가에 판매하며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두부 한 모를 1000원에 출시했다.
5개 이상이면 당신도 요노족!
1. 걸어서 10분 이하면 되도록 택시 안 타려고 한다
2. 배달음식 시킬 때 배달비 5000원 이상은 쳐다도 안 본다
3. 아무리 할인 특가라고 해도 필요 없으면 안 산다
4. 경제뉴스나 재테크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5. 오마카세 갈 돈 모아서 차라리 여행 갈 생각한다
6. 넷플릭스, 티빙 등 OTT 구독, 나눌 수 있으면 친구랑 같이 낸다
7.나를 위한 투자라고 해도 의미 없는 곳에는 소비하지 않는다
8.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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