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MZ세대 ‘러닝’ 열풍

다 같이 뛰어 폼 나게 튀어

기사입력 : 2024-10-23 20:11:30

‘러닝 크루’ 만들어 소통… 런트립·마라톤도 함께
다양한 사람들 모여 목표 공유하고 격려·의지

‘달릴 때도 예쁘고 개성있게’ 러닝코어 룩 인기
유통가 러닝 관련 상품 매출 급증… 매장 개편도


최근 러닝(달리기)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러닝은 실내를 벗어나 운동복과 러닝화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인식되면서 인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2030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 러닝은 단순 운동을 넘어 ‘러닝 크루’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닝 크루는 달리기를 매개로 사람들을 모아 정기적으로 달리면서 운동 목표를 공유하고 격려한다. 각자의 시간에 맞게 자율적으로 참여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러닝의 인기는 유통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러닝화 등 러닝 관련 제품을 찾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러닝 전문매장이나 러닝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중심의 매장 개편도 눈에 띈다.

◇MZ세대의 러닝 문화는?= “함께하면 힘이 되잖아요. 혼자서는 5㎞ 뛰었다면 같이 하면 10㎞도 달릴 수 있어요. 더 오래, 재밌게 뛸 수 있어요.”

지난 14일 오후 7시 30분 창원스포츠파크보조경기장. 한참 쏟아지던 빗줄기가 막 그치고 여전히 촉촉하게 젖어있는 트랙 위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러닝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창원레포츠파크 보조경기장에서 시민들이 러닝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창원레포츠파크 보조경기장에서 시민들이 러닝을 하고 있다.

사열대 한편에서는 운동복 차림의 2030세대 20여명이 준비운동에 들어갔다. 러닝 크루 ‘런애프터워크크루’ 소속인 이들은 이후 각자 실력에 맞춰 그룹을 나눠 트랙을 내달렸다. 그룹마다 5㎞, 6㎞ 등 정해진 거리를 4분 30초부터 7분까지 페이스를 맞춰 함께 달리는 것이다.

숨이 차고 힘이 빠지면서 문득 그만 뛰고 싶은 순간, ‘파이팅’을 외치며 독려해주는 크루 회원들의 응원은 목표한 러닝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크루원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도 참가하고, 지역 곳곳을 달리면서 즐기는 ‘런트립’은 러닝의 또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러닝 2년차 김임수씨는 “뛸 때는 너무 힘들어도 다 뛰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개운해진다”며 “더욱이 함께 달리면 서로 의지할 수 있어, 포기하고 싶다가도 조금 더 달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러닝을 해오던 크루 회원들은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진 러닝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러닝 5년차인 ‘런애프터워크크루’ 크루장 정현식씨는 “러너들 사이에서 유명한 마라톤 대회들 같은 경우 콘서트 티케팅에 비유될 정도로 신청 마감이 빨리돼 대회 신청이 쉽지 않다”며 “러닝화 역시 예전에는 인기 브랜드의 특정 제품에 한정해 구매가 어려웠다면, 요즘에는 러닝화 이름만 붙어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러닝화 전반적으로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라톤 신청 두배 늘고, 러닝화 계급도 등장= 실제로 촤근 창원 도심에서 진행된 ‘제21회 경남마라톤’ 참가자 수는 평년 대비 두 배가량 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러닝의 인기는 온라인만 보더라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SNS 등을 통해 자신의 달리기 기록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과 응원을 주고받으면서 러닝을 즐긴다.

23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런스타그램’을 검색하면 게시물 125만개, ‘러닝크루’의 경우 61만개가 나온다.

러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러닝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2024 러닝화 계급도’도 등장했다. 인기 러닝화의 경우 크림 등 리셀(재판매) 플랫폼에서 수십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러닝화와 함께 러닝할 때 입는 패션을 뜻하는 ‘러닝코어’ 룩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한 운동복을 넘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러닝코어 룩은 러닝화, 스마트워치, 가방 등 액세서리를 통해 기능성을 갖추면서도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살린다.

롯데백화점 매장에 전시된 러닝화.
롯데백화점 매장에 전시된 러닝화.

◇유통가 러닝 관련 매출 쑥= 러닝 열풍은 유통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스포츠 상품군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10% 정도 상승한 가운데, 이 중 러닝 관련 제품의 매출은 같은 기간 45% 증가했다.

특히 본격적인 러닝 시즌인 지난 9월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한 달간 매출만 살펴보면 러닝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약 70% 이상 큰 폭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관계자는 “9월 중순까지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가 사그라들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러닝을 중심으로 한 야외활동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러닝 제품을 구매하는 남녀 구성비를 보면 남성 고객은 약 60%, 여성 고객은 약 40%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고객의 구성비가 매년 10% 이상씩 늘고 있어, 앞으로도 러닝에 대한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최근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영플라자관 4, 5, 6층을 스포츠 전문관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규모가 커진 아디다스, 뉴발란스 매장 등 40여개 스포츠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글·사진= 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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