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Z세대 ‘소버 라이프’
슬슬 줄이니 인생이 술술
건강·웰빙 중시하는 ‘Z세대’
직장 회식 줄이고 과음 지양
자신에 맞는 ‘술’ 소량만 즐겨
유통업계 ‘헬시 플레저’ 열풍 속
‘술 마시지 않는’ 젊은 층 겨냥
저도수·논알코올 음료 속속 출시
최근 음주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 출생)를 중심으로 ‘소버 라이프(Sober Life)’가 새로운 음주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소버 라이프는 ‘술 취하지 않은’이라는 뜻의 ‘sober’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자신에게 맞는 술을 찾아 가법게 즐기는 음주 생활을 말한다.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탄생한 이 문화는 과거 ‘부어라 마셔라’식의 음주문화를 대체하며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건강을 챙기면서 행복을 찾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 속에서 논알코올 맥주, 제로 슈거 칵테일, 무알코올 하이볼과 같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버 라이프는 단순히 음주를 절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행복을 추구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버 라이프 열풍은 과음 문화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하고 세련된 음주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 한 잔이면 충분해요”= 최근 직장인 김고은(31)씨는 연말연시를 맞아 창원가로수길에서 고등학교 동창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날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 음식과 함께 페어링하기 좋은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는 “20대 시절 송년회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다들 가볍게 즐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직장 내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회식 횟수는 줄어들고, 회식 시간도 짧아지는 추세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 술은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는 새로운 회식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강모(47) 씨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음주 문화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를 느낀다”며 “부서원들과 회식을 할 때도 식사와 함께 맥주나 와인 한두 잔 곁들일 수 있는 장소를 주로 찾고, 1차에서 마무리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Z세대 10명 중 9명 소버 라이프 ‘긍정적’= 실제로 소버 라이프의 확산으로 많은 Z세대들이 과한 음주를 동반한 술자리를 지양하는 모습이다. Z세대 10명 중 9명은 과한 음주를 지양하고 적정한 도수의 술을 소량만 즐기는 ‘소버 라이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24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Z세대 913명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연말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92.4%는 소버 라이프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정적’이란 응답은 7.6%에 그쳤다. 소버 라이프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건강을 챙기면서 적당히 즐길 수 있어서’가 55.7%(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맛있는 술을 자율적으로 마실 수 있어서’ 46.6%,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줄어들 것 같아서’ 35.9%, ‘음주로 인한 범죄가 줄어들 것 같아서’ 21.3% 순이었다. 연말 음주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54%, 없다는 응답은 46%로 나타났다. 음주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나 홀로 혹은 여럿이 모여 취기가 오를 때까지 음주를 하겠다’는 응답은 22.3%에 그쳤다. 또한 Z세대는 평소 음주 빈도도 비교적 낮으면서 마시더라도 취기가 조금 오르거나 의식이 또렷한 상태까지만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진학사 캐치가 Z세대 1801명을 대상으로 음주 빈도를 조사한 결과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응답이 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거의 마시지 않는다’가 25%, ‘월 1~2회 마신다’가 23%로 뒤를 이었다. ‘주 1회 이상 마신다’는 응답은 21%였다.
음주 정도에 대한 질문에서는 ‘보통’(취했지만 의식이 또렷한 상태)으로 마신다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고, ‘조금’(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이 34%로 뒤를 이었다. 이어서 ‘아주 조금’(전혀 취하지 않은 상태)이 19%, ‘많이’(기억이 희미해질 정도) 마신다는 응답은 6%로 극소수에 그쳤다. Z세대는 술을 마시는 이유(복수응답)로 ‘스트레스 해소, 기분전환’이 52%로 가장 많았고,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가 46%, ‘친목도모 및 어색함 해소’가 30% 순이었다. 이들은 즐거운 술자리를 위한 필수 요소로 ‘자율적인 참여’를 42%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밖에 △편안한 분위기 조성(19%) △음주 강요하지 않음(18%) △맛있는 안주, 좋은 장소(10%) △적당한 시간에 마무리(8%) △체험과 즐길거리(2%) △함께하는 사람들(1%)이 뒤를 이었다.
김정현 캐치 부문장은 “회식이 잦아지는 연말 연초에는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술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도한 음주는 피하고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소버 라이프 반영한 제품으로 시장 공략= Z세대의 소버 라이프 문화에 발 맞춰 음료 업계는 다양한 저도수, 논알코올 음료를 선보이며 연말연시 모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무알콜 맥주맛 음료 ‘하이트제로0.00’의 패키지 디자인을 새롭게 단장했다. 이번 리뉴얼은 뉴트로 트렌드에 따라 하이트 출시 당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정통성과 혁신성을 강화했다. 또한 알코올, 칼로리, 설탕 모두 없는 ‘올프리(All-Free)’ 공법을 원형 심볼로 담아내 타제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발효 전문기업 티젠은 이마트와 함께 바로 마실 수 있는 RTD(즉석음료,Ready to Drink) 형태의 논알코올 하이볼 ‘젠 하이볼향 0.0’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위스키 특유의 스모키하고 몰트한 풍미와 부드러운 탄산이 조화를 이룬 논알코올 하이볼이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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